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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는 가전품 만들기 "신부수업이 따로 없어요"

[Job & Life] 삼성전자 식문화연구센터 구선희 연구원

 

구선희 선임 연구원이 서미진(가운데)·정윤지(오른쪽)연구원과 함께 오븐에서 구워낸 빵을 살펴보며 체크하고 있다./장문기기자 hichang6@

 

전자오븐·가스오븐·전자레인지…

 

 

온갖 조리기구 숨은 맛 찾기 분주

 

 

요리 특성마다 자동조절 바코드 부여

 

 

닭다리 메뉴 개발에 닭 500마리 꿀꺽

 

 

일 맘에 들지만 살과의 전쟁 싫어

 

 

15일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생활가전총괄 식문화연구센터 연구원들을 만났다. 식문화연구센터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센터 주변에서는 맛있는 냄세가 가득 베어있었다. 때마침 찾아간 시간이 점심시간을 앞둔 상황인지라 후각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른다.
분명 안에는 무언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취재진의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러나 가득하진 않았지만 테이블위에는 갓 구워낸 듯한 빵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코를 자극했던 냄새의 진원지였다.
그리고 테이블 주위에는 전자오븐, 스마트오븐, 가스오븐, 전자레인지 등 각종 조리기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빵과 오븐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생활가전총괄 조리기기사업팀 MWO개발그룹 식문화연구센터. 그들이 속한 삼성전자내 명칭이다. 김현숙 책임과 구선희 선임, 서미진, 정윤지씨 등은 이곳 센터 연구원들이다.
구선희(31) 선임 연구원을 만나 조리기구에 맛을 부여하는 비법을 알아보았다. 먼저 구 연구원을 만나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가스오븐 등 조리기구들이 단순히 정형화된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 새로운 조리기구 개발땐 시판까지 1년 365일 각종 음식 맛찾기

 

 


더욱 놀라운 것은 조리기구가 개발될 때까지 가장 맛있는 맛을 찾아내기 위해 하루종일 아니 1년 365일 각종 음식의 맛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년 8월1일 이곳 식문화연구센터에 입사했다는 구 연구원은 식품영양학을 전공,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4년 9월부터 한국식품연구원 성분분석센터에서 근무하던 구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삼성의 경영철학에 다시한번 놀랐단다.
처음 입사 당시 삼성에버랜드 캐터링영양사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녀는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삼성전자 내에서 식품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역시 삼성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이런 부분도 연구가 되는 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그녀는 식품연구라는 것이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성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품에 식품의 맛을 접목하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조리기구 제품이 개발되기까지 구 연구원을 비롯한 이곳 연구원들은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식습관과 식문화를 알아내기 위해 각종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대학교에서 세미나를 하면서 미래의 유비쿼터스 시대 주방의 변화를 조리기구에서부터 가전까지 꼼꼼히 살피고 전망한다.
발상의 전환을 하려는 그녀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어 새로운 조리기구가 개발되는 단계에서부터 구 연구원은 가장 맛깔스런 맛을 찾아내는데 사활을 건다. 새로운 가전제품이 개발되는 단계 단계 마다 오븐의 온도, 색깔 분포는 기본이고 빵이 부풀어오르는 정도, 고기의 육질을 제대로 살리는 비법 등 식품이 가진 고유한 색감을 살리면서도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관능평가에 매달린다.
소비자들이 맛을 체험할 수 있는 필드테스트도 빠트릴 순 없다. 특히 제품이 나오기까지 자동조리를 할 수 있는 메뉴도 개발한다. 요리의 특성마다 자동조절 기능을 인식하는 바코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부여되는 바코드도 막대형이 아니라 2차원 바코드를 개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소비자들이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색은 눈으로 맛은 입으로 먹는 것” 둘 다 만족해야 직성 풀려

 

 

지금까지 그녀를 비롯한 연구원이 개발한 자동조리 바코드만도 200여개에 달한다.
“색을 살리고 맛을 찾아내는 관능평가는 색은 눈으로 먹고 맛은 입으로 먹어요” 구 연구원은 “메뉴 1개를 개발하는데 적어도 1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테스트를 할때마다 음식 맛을 봐야 하다보니 살이 쪄서 1년전에 입던 옷이 맞지 않아요”라고 난감해했다.
구 연구원이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는데 들어간 닭다리의 경우 닭 500여마리가 넘게 들어갔다. 같은 닭다리라도 열온에 따라 맛이달라지기 때문이다.
“남들은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부러워 하지만 맛을 보는 횟수 만큼 비례해서 살이 쪄서 행복한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는 구 연구원은 “입사 후에 많은 요리를 접하면서 신부수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식품연구원에서 연구에만 몰두하고 싶었다는 구 연구원은 “어찌보면 지금이 외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정적인 연구보다 동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제품개발 단계 단계 마다 맛을 찾아내는 그녀의 노력이 계속될 수록 제품개발팀과 잦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엔지니어 쪽에서는 ‘이정도면 됐어’라고 그냥 넘어가자고 하지만 정말 맛있는 맛을 내야 하는 저로서는 고집을 부릴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자주 부딪혀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들 이해해 주셔서 큰 마찰은 없어요”
구선희 연구원은 끝으로 “한식조리사자격증이 있어서 예전에는 나름대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오븐에서 이런 음식도 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식문화연구센터는 이현봉 생활가전총괄 사장이 지난해 “조리기구는 맛이다”며 관련분야 전문가를 찾으라는 특명이 떨어지면서 기존 조리실로 운영되던 것이 올해 초 식문화연구센터로 전환하게 됐다.
/변승희기자 captai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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