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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문화향기 꽃 피우는 ‘거리 예술가’

[Job & Life] 문화기획자 박승현 씨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골목길은 주민들 사이에 ‘동락태평(同樂太平)’으로 불린다.
켜켜이 널부러진 각종 적치물로 삶의 여유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곳 거리에 생명이 살아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기획하고 추진한 이가 바로 박승현씨다.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편안함을 함께 즐기자는 의미에서 이 골목길을 ‘동락태평’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젠 태평4동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죠”
거미줄 처럼 얽혀 답답하던 거리가 ‘동락태평’이라는 말처럼 말끔해져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고 박씨는 귀뜸했다.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성남시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문화전도사다.
“성남은 지역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문화 격차 또한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문화는 삶의 거울이기에 문화의 높고 낮음은 의미가 없는 것이죠.”
삶이 곧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박승현씨. 그가 처음 추진한 일은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다. 평범한 ‘동네사람’들에게 문화의 손길을 접할 수 있도록 지역 예술인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시키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일이니 만큼 어려움이 여간 많지 않다. 제도적인 어려움 보다 시큰둥한 사람들의 반응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아직은 무엇보다 문화를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동네사람들의 시선이 무겁게만 느껴져요. 삶속의 문화를 현실로 끌어올리기에는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냉소적이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4개월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박씨의 열정이 주민들을 감동시킨 것일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주민들이 박씨의 의도를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도시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
“지금은 주민들과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박씨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넘쳤다.
힘을 얻은 박씨는 한달음에 내년 성남시 45개 동 관계자와 지역 예술인,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 등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또 그 이면에는 프로젝트 주체를 각 동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넘겨주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지역에 특색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단 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한발 물러나 큰틀에서의 지원만 하기로 했죠.”
박씨는 이어 시민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남의 5대 문화사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씨는 성남을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남의 모태인 구시가지와 도시계획으로 발전한 분당, 여기에 첨단도시로 계획된 판교지구까지 3가지 색을 갖고 있는 도시여서 시민들이 쉽게 성남을 이해 할 수 있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문화 가치를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문화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빠트릴 수 없는 또하나의 숙제다.
즉, 공연을 주도하는 예술인과 시민, 공연장을 연계하는 통화시스템을 구축해 문화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일이다.
“이런 문화 통화 시스템이 구축되면 시민과 문화 예술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의 이런 성과는 수많은 실패와 도전, 그리고 문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가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전공과 예술을 접목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주력했습니다.”
박승현씨는 대학시절 잘나가던 경제학도였다. 고등학교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박씨는 예술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예술과는 동떨어진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박씨는 꿈을 접지 않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술인의 꿈을 키워 나갔고, 문화 정책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사설 학원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키운 박씨는 현재 후진을 양성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추계예술대학에서 문화 정책에 대해 강의를 한 뒤 지금은 함께 근무하는 후배들에게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박씨는 후배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인정해야만 다양한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학창 시절 그렸던 밑그림을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는 박씨. 그의 뚜렷한 가치관에 초심의 열정이 보태지면서 문화도시를 향한 순조로운 항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차성민기자 cs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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