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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다-소설가이재운

 

싯다르타의 탄생은 공안(公案) 제1칙으로 ‘선문염송(禪門염頌)’에 기록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안이란 화두(話頭)와 같은 말인데, 선사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었던 선문답 가운데에서 공부하는 데 모델이 될 만한 것을 가리켜 부르는 선 용어다.

‘세존께서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이미 왕궁에 태어났으며,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을 다 제도하였다.’

세존이란,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이룬 뒤 붓다로 불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붓다라는 말을 한자로 번역한 말이다. 그리고 도솔천이란 인도에 나기 전에 전생을 살던 곳을 의미한다. 나기 전에 나고 오기 전에 왔다는 뜻이 무엇인가 하는 것도 선사들이 참구하는 중요한 의문거리가 된다.

또 싯다르타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에 대해 염송 제2칙은 다음과 같은 시를 싣고 있다.

천 살 먹은 돌호랑이, 기린을 낳으니 / 외뿔 온 몸에 찬란한 무지개

금자물쇠, 옥철장을 단숨에 끊어내니 / 온 우주가 떠들썩하네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는 것은 공(空)의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한 신화다. 인도의 스님들은 공안을 참구하는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공안에 대해서는 뒤에 다루게 된다.

어린 싯다르타는 아버지 숫도다나 왕과 이모인 마하프라자파티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자상하게 양육되었다.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는 수레를 타고 학당에 나가 범어와 무예를 익혔다.

싯다르타의 나이 열두 살 되던 해 봄 어느 날, 그는 아버지를 따라 춘경제(春耕祭)에 참석하여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된 농부들이 어깨에 줄을 매어 쟁기를 끄느라고 짐승처럼 혀를 내밀고 허덕거렸다. 그들은 카스트 제도의 희생물인 수드라라는 천민들이었다.

보습에 의해 흙덩이가 뒤집힐 때마다 많은 벌레들이 허리가 잘린 채로 튀어나왔다. 그때마다 작은 새들이 날아들어 벌레를 물고 달아났는데, 그 새마저 독수리가 달려들어 채가고 말았다. 순간 어린 싯다르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엾어라! 산 것들이 저렇게 서로 잡아먹다니.”

‘하늘 위, 하늘 아래 나홀로 존귀하다.’고 말했다는 그였다. 나 귀한 줄 아는 사람이 남 귀한 줄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싯다르타뿐만 아니라 보습에 묻혀 나온 작은 벌레들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말이다. 태어난 지 이레만에 어머니 마야 부인을 잃고, 이제 또 생명들이 서로 죽이는 모습을 직접 본 싯다르타는 생의 근본 문제부터 회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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