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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

‘맨발의 구도자’ 싯다르타-소설가 이재운

 

왕자의 수심어린 얼굴을 들여다 본 숫도다나 왕이 까닭을 물었다. 동심의 싯다르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 살기를 원하면서도 살기 위하여 서로 잡아먹는 것을 보니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로부터 17년 후에 싯다르타를 출가시킨 동기가 되었다.

싯다르타 이후의 스님들도 대부분 이 문제 때문에 출가를 하게 된다. 스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어나고 죽는 생사(生死)의 문제다. 어디로부터 태어났는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그 온 곳과 갈 곳에 대한 강한 의문으로부터 수행은 시작된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생사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자연으로부터 받는 첫 질문이다.

싯다르타의 나이 스물아홉이 되던 해의 봄이었다. 궁중에서 큰 잔치가 베풀어지던 음력 2월 8일 밤, 그는 아내와 아들과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없는 이별을 했다. 자신에게 연루되는 어떠한 인연도 출가자는 완전히 끊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깊은 밤, 온 세상이 잠든 시간에 마부 찬다카를 조용히 깨운 싯다르타는 애마 칸다카를 타고 성문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동쪽으로 어둠을 뚫고 달려갔다. 기왕이면 마부없이 혼자 나갔으면 더 좋았고, 또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나갔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의 출가는 ‘탈출’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길눈이 밝은 마부와 빠른 시간에 도망치기 위해 잘 달리는 말이 필요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새벽녘에 아나바마 강이 흐르는 라아마 촌의 선인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는 말에서 내려 몸에 지닌 보석을 찬다카에게 주었다. 다시 궁중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하는 찬다카에게 싯다르타는 엄숙히 일렀다. “나는 모든 중생을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구하기 위하여 출가한다. 변하지 않고 깨어지지 않는 진리 무상보리를 깨우치기 전에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다.”

싯다르타의 출가 동기는 소박하다. 이천오백 년 뒤의 인류에게 그대로 남아있는 똑같은 이유였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물론 영원한 수수께끼라는 것은 필자의 경직된 견해일 뿐이다. 육신을 가진 중생에게는 영원한 수수께끼가 될 것이지만 눈 뜬 영혼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니까 수많은 선사들이 저마다 깨우쳤다고 주장하고 인가를 주고받은 것이리라.

싯다르타는 그가 진리를 깨닫는 그 순간까지 이같은 질문을 여러 가지로 고치고 변형해서 ‘의심’을 바르게 다져놓고 깨달음의 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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