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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웰빙체험-파주 해마루마을

2003년 농촌마을 선정… 일출부터 일몰까지 출입 가능
독수리·쇠기러기 등 오염없는 민통선 자연 생태 ‘환상’
통일동산·땅굴·도라산 전망대 등 안보 관광지로 인기

파주 비무장지대(DMZ)해마루촌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행정구역상 주소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를 자동차 길안내기기(네비게이션)에서 찾으면 엉뚱한 곳이 나온다. 지도에도 길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마을로 가려면 임진강을 가로 지르는 전진교를 건너야만 한다.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는 다리 앞에서 초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허가증을 받는다. 다리를 건너 골짜기로 들어가면 군부대와 훈련장, 사격장 뿐만 아니라 지뢰지대가 즐비하다. 길은 훈련 중인 군인들과 길게 늘어선 전차와 군용차로 금세 가득찬다.

삭막한 산길을 지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주위와 어울리지 않게 깔끔히 단장된 길과 집이 있다. 마치 외국의 주택가처럼 각양각색의 집들이 보기 좋게 들어서 있다.

조봉연(51) 마을운영위원장은 “한국전쟁 때인 1952년 11월 장단군 주민들이 강제 소개(疏開)돼 이후 원치 않는 유랑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98년 국방부가 비무장지대에 마을조성을 허가하고 파주시가 실향민과 원거리 영농민을 위해 부지를 조성해 지금의 마을을 이뤘다”고 말했다.

마을 조성 때 신청자가 많아 추첨으로 60가구를 뽑았다. 지금은 51가구 160여 명이 살고 있다. 주민 중 3분의 1은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소일꺼리로 말년을 보내는 이들이다.

멋지게 조성한 마을은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경숙 부녀회장은 “높은음자리표를 그려놓은 듯한 마을의 위성사진이 인터넷에서 ‘진짜냐, 가짜사진이냐’는 논쟁을 일으켰다”며 “실제 마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 세기가 넘게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울창한 산림과 수많은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봄에는 철새 관찰과 취나물 등 산나물을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임진강의 유일한 갯벌인 초평도에서 조개잡이와 옥수수 따기 등 농사체험을 한다. 가을에는 갈대밭 체험과 파주 특산물 장단콩 타작을 한다. 동절기에는 독수리와 쇠기러기 등 철새의 움직임이 활발해 조류 전문가의 안내로 이동경로와 서식처, 겨울나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부터는 녹색농총체험과 팜스테이, 자연생태우수 및 허준약초마을로 선정됐다.

가까이 있는 ‘동의보감’의 허준 묘와 자연산 천마와 더덕, 도라지, 오가피, 복분자 등 마을의 특산품도 자랑거리다.

가까운 곳에 임진각관광지와 통일동산, 땅굴, 도라산전망대, 반구정, 화석정 등이 있다.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던 마을에는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경기관광공사 주최, 경기도 제2청과 경기북부관광협의회가 주관한 사전답사여행(팸투어)단으로 역사생태해설사 80명이 마을을 찾기도 했다.

제2청 문화관광과 박상신 관광진흥계장은 “그동안 미진했던 경기북부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활성하려고 여행을 기획했다”며 “(해마루마을은) 북부지역의 안보관광과 연계해 경쟁력을 갖춘 관광지”라고 밝혔다.

아무나 자유롭게 찾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외부인 출입 조금 까다롭지만 DMZ역사 생태체험하고 나면 아이들 애국심이 절로 생겨요”

 

“마을의 원래 이름은 동파리(東坡里)예요. 임진강 뒤 구봉산 동쪽 진고개에 오르는 언덕에서 유래됐죠.“

DMZ해마루촌 조봉연(51) 마을운영위원장은 특이한 마을이름의 유래를 설명한다.

1998년 마을조성 후 ‘정착촌’, ‘수복마을’로 부르던 것을 공모를 통해 바꿨다.

“원지명을 우리말로 해석해 ‘동쪽에 해가 뜨는 언덕마을‘, 즉 해마루촌이라고 했어요. 비무장지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DMZ(demilitarized zone)을 앞에 붙였죠.”

조 위원장은 다른 마을과 차별화를 하지 않아도 차별화가 된다고 자랑한다.

“군부대에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장점이 될 수 있어요. 군인이 검문하고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체험이잖아요.”

아쉬운 점은 관광객이 숙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일출에서 일몰까지만 출입이 가능해요. 민통선 안에 있는 철원 양지리 마을에서는 숙박을 할 수 있어요. 군부대의 협조가 아쉬워요.”

민통선 내에 있는 마을이라 군부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마을이 조성된 바로 뒤인 2003∼2004년에는 관광객이 별로 없었어요. 05년에야 비로소 6천명이 다녀갔어요. 홍보를 한 번도 안 했는데도요.“

2006년에는 3천 5백명으로 줄었다. 지난 해와 올 겨울 조류독감으로 인해 군부대의 검문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주위 안보관광지로 많은 이들이 오기에 마을방문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다.

“가까운 땅굴과 전망대에 연간 400만 명이 다녀가요. 그 중 50만 명 정도는 유치할 수 있어요. 군부대와의 협의가 문제죠.”

사람들을 모으려면 그만한 볼꺼리가 있어야 한다.

“일반 농촌마을은 농사짓기와 먹을거리 체험 등 비슷비슷한 농촌체험이 있어지만 우리마을에서는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민간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속으로의 생태현장답사다. 임진강에 있는 섬 초평도로 강뻘체험과 철새관찰을 하러 간다. 고라니와 멧돼지, 삵은 마을 주변에서 쉽게 보는 야생동물이다. 주변의 안보관광지도 둘러 본다.

“주민들의 나이가 많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프로그램 운영이 아직 어설퍼요. 그래도 운영위원들은 너무 상술적으로 가는 것을 반대해요.”

주민들이 성심성의껏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어색하지만 시골냄새가 나 좋은 것이라고 밝힌다.

방문객들을 바쁘게 이끄는 조 위원장의 머리 위로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 2마리가 힘차게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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