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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 노래 깨달음의 노래<5>

‘맨발의 구도자’ 싯다르타-소설가 이재운

 

있는 그대로를 보는 데서 진리는 저절로 나타난다. 꽃의 꽃다움은 있는 그대로에 있지 그것을 뽑아다 칼로 자르고 갈라서 분석한다고 해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뼈를 깎고 피를 짜고 살을 말리는 고행은 육체에 대한 인위적인 가공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찾겠다는 것이 자칫 그것의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예리한 관찰력으로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직관이다. 철저한 긍정이야말로 진정한 부정이 될 수 있다.

싯다르타는 허탈한 걸음으로 숲 속에서 내려와 수자티 소녀로부터 우유죽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나이란자나 강으로 가서 그동안에 쌓인 피로를 깨끗이 씻어냈다. 목욕을 마치고 언덕에 올라가보니 고행 중에는 힘없고 퇴색해 보이던 강과 산이 갑자기 생기를 띠었고 히말라야의 설경도 눈부시게 빛났다. 마침내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고행주의를 버리고 스스로 진정한 인간임을 자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운을 회복한 싯다르타는 붓다가야의 보리수 그늘로 가서 앉았다. 마침 그곳에서 풀을 베고 있던 한 소년이 향기로운 풀을 한 아름 안아다가 자리를 깔아주었다.

싯다르타는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 소년이 가져다 준 풀을 깔고 앉아 깊고 고요한 명상에 들어갔다. 이 명상을 대선정이라고 부른다.

이때부터 싯다르타의 의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리고 무한한 우주를 물결치며 날아다녔다. 머리 속에는 오로지 커다란 의문만이 남아있을 뿐, 텅 빈 채였다. 때로는 반(反)싯다르타(즉 마라)와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유혹의 빛을 따라 한없이 낙하하다가 다시 치솟아 오르기도 하는 등 싯다르타의 의식은 시공계의 차원을 넘어 비행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맑은 나이란자나 강이 흐르고, 시원한 보리수 그늘에서 선정에 든 광경을 두고 고요한 풍경화같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싯다르타의 머리 속은, 세계대전이 일어나 전투기가 새까맣게 날아다니고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나 같은 것이었다. 들리는 게 없어도 폭음소리 요란하고, 보이는 게 없어도 섬광이 번쩍거렸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지식은 산 중에서는 시장 골목보다도 더 시끄럽게 지내야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마침내 12월 8일, 긴 선정의 여행에서 돌아온 그의 의식이 의문을 밀어내고 다시 자리를 잡는 순간 여명 속에 떠오르는 동방의 샛별과 시선이 마주쳤다. 샛별의 한 줄기 차가운 빛이, 마지막으로 물고 늘어지는 번뇌의 끈을 싹둑 쳐내고 싯다르타로 하여금 무한 광명의 눈을 뜨게 하였다. 싯다르타의 눈에서 광채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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