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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열반의 길

‘맨발의 구도자’ 싯다르타-소설가 이재운

 

부처님은 심한 고통을 무릅쓰고 파아바를 이별하고 구시나가라를 향하여 최후의 행진을 계속했다. 아난다와 춘다 그리고 수많은 제자와 신도들이 뒤를 따랐다. 어느 나무 밑에 이르렀을 때 부처님은 “아난다여, 등이 아프구나. 잠시 쉬어 가자.”고 말하며 그늘에 몸을 뉘었다.

그때 풋쿠사라는 외도가 찾아와 낡은 믿음을 버리고 신자가 될 것을 맹세하였다. 풋쿠사는 중병으로 괴로워하는 부처님께 담요 두 장을 바쳤다. 땀을 흘리며 카쿠티 강에 이른 부처님은 몸소 강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춘다로 하여금 가사를 네 겹으로 깔게 한 다음 그 위에 누워 잠시 쉬었다가 다시 행진을 계속했다. 기력은 극도로 쇠진하고 땀이 흘러 발자국을 적셨다. 조금 가다 쉬고 조금 가다 쉬면서 부처님은 구시나가라의 발데강 언덕에 이르렀다. 마침내 사라나무 그늘로 다가선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했다.

“아난다여, 피로하여 눕고 싶구나. 사라나무 밑에, 머리를 내 고향 카필라를 향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다오.”

아난다가 자리를 깔자 부처님은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발을 포개어 고요히 누웠다. 아난다가 부처님의 등 뒤에 서서 눈물을 떨어뜨리며 울었다.

“그만 두어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고 애통해 하지 말라.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사랑하는 사람과도 언젠가는 이별해야 된다는 것을. 무릇 태어나고 만들어진 것으로 영원한 것은 없다. 아난다여, 그대는 참으로 정성껏 나를 보살펴왔다. 지금부터는 내게 했듯이 너 자신을 보살펴 진리를 깨닫도록 해라.”

아난다가 눈물을 뿌리며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라자그라하와 베살리같이 좋은 땅을 두고 하필이면 이 쓸쓸하고 황량한 구시나가라 벌판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십니까?”

“아난다여,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비록 미천한 집일지라도 왕이 한 번 머물면 또한 영광스럽지 않겠느냐? 너는 가서 말라족에게 이렇게 전해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하십니다.’라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말라족 사람들이 부처님께 마지막 공양을 올리려 하자 때가 온 줄을 안 부처님은 정중히 사양했다. 그들이 통곡을 하자 그곳에 모인 모든 제자와 신도들이 함께 흐느껴 울었다.

어떤 사람들은 죽기 위해 왜 그렇게 먼 길을 갔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에 나오는 선사들이 한결같이 ‘죽음’ 자체를 교화의 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면 다소 이해가 갈 것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죽음을 이용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임종 설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부처님도 나름대로 따져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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