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일)

  • 구름조금동두천 29.2℃
  • 흐림강릉 26.5℃
  • 구름조금서울 31.6℃
  • 구름조금대전 32.3℃
  • 맑음대구 29.6℃
  • 구름많음울산 26.9℃
  • 맑음광주 31.4℃
  • 맑음부산 29.7℃
  • 맑음고창 29.1℃
  • 구름많음제주 28.5℃
  • 구름조금강화 27.7℃
  • 맑음보은 32.1℃
  • 구름조금금산 32.0℃
  • 구름조금강진군 30.8℃
  • 구름많음경주시 27.5℃
  • 구름조금거제 28.6℃
기상청 제공

“통일 그리워 손자이름 ‘통일’…”

102세 최병옥 할아버지 58년만에 ‘눈물상봉’
네 가족 2시간씩 대화… 서로 주소 나눠 가져

긴 이별 짧은 만남이었다. 58년의 쓰리고 야속한 오프라인 세월이 단 100분의 온라인 ‘해후’로 만족해야 했다. 가슴은 폭포처럼 울었지만 모니터는 이 생생하고 절절한 혈육의 정을 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적십자 경기지사 이산가족 온라인 상봉장 가보니…

 

27일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화상상봉장에서 최지호(72)씨는 남녘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셋째 조카 광순(42)씨에게 연신 “내가 모셔야 하는데,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고 흐느꼈다.

이날 화상상봉장에 모인 가족 가운데 최고령자인 최병옥(102)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둘째 아들 지호, 딸 정은(62), 정녀(60)씨를 보기위해 지팡이를 짚고 손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상봉장에 도착했다.

“통일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얘 이름이 최통일이야.”

1·4후퇴 당시 큰 아들만 데리고 내려온 최 할아버지는 큰 손자 최통일(51)씨를 가리키며 “너희들을 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호씨는 세 남매가 어떻게 살았왔는지 몹시 궁금해 하는 ‘아버님’께 그간의 우여곡절을 들려줬다.

14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큰 형을 잃고 폭탄 파편에 맞아 죽을뻔 했던 일이며 먹고 살게 없어 굶주렸던 일 등 둘째 아들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최 할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상봉장 안에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무거웠던 분위기는 서로에 대한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해 막내딸 정녀씨가 “아버지, 나 날때 거꾸로 나서 오래 못 살거라고 했다던데, 나 벌써 60살이예요”라고 말하자 모두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어 세 남매는 북녘 땅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버님 앞에서 세 자식이 노래좀 부르겠시요”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최 할아버지고 자식들의 노래에 대한 보답으로 손자들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비록 남과 북의 박수소리는 엇박자로 울렸지만, 통일이 돼 가족의 손을 직접 맞잡고픈 그들의 염원은 한 박자가 됐다.

한동안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둘째 손자인 광춘(48)씨가 자신의 친할머니인 김정복 할머니 얘기를 꺼내면서 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지호씨는 “전쟁이 끝난 뒤 허리가 좋지 않아 물동이 하나도 못 드셨던 분이 세 남매를 먹이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시장에 다니시다가 1년 넘게 병원신세를 지다가 돌아가셨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흐느꼈다.

최옹은 “화상으로라도 이렇게 봐서 너무 기쁘다”며 “난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며 작은 아들을 위로했다.

이날 화상 상봉은 서로의 주소를 확인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상봉장에서 나온 최옹은 “화면으로라도 잃어버린 아들을 봐서 힘이 솟는다”며 “이번 화상 상봉을 계기로 하루 빨리 통일 돼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상봉장에서는 최병옥 할아버지 가족을 비롯해 남쪽 네 가족 20명과 북쪽 네 가족 열명이 각각 화상으로 2시간씩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