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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국판 ‘CIS과학수사대’ 를 꿈꾼다

프로파일러(Profiler). 흔히 미국의 범죄수사 드라마 ‘CSI과학수대’의 수사관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범죄 수사계에 있어 ‘과학수사’는 아직까지도 낯선 단어다. ‘살인의 추억’이 되어 버린 화성부녀자 살인사건과 최근 화성과 수원일대에서 일어난 부녀자 실종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미궁 속에 있다. 전통적인 수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과학수사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과학수사의 현주소는 아직 불모지다. 하지만 불모지를 개척해 가고 있는 프로파일러를 경기신문이 만났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이자 대검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있는 이수정 교수. 6일 그녀의 서재에서 만나 현재 한국의 범죄 특성과 앞으로의 범죄 수사에 있어 프로파일러들의 활용 방안 등을 들었다.

 

 

 

 

-일반인들에게 범죄심리학은 아직 생소하다. 범죄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범죄자에 대한 연구를 하게된 계기는 1999년 경기대학교 교정학과로 오면서 교정국에 있는 3천여명의 제소자 자료를 토대로 연구하면서 부터입니다.

당시 자료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자료에는 제소자들도 ‘다면적 인성 검사(MNPI)’를 측정했는데 일반인들과 별반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전과가 10범이나 그 이상이 되는 사람들은 ‘공격성’이나 ‘반사회성’에서 일반인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와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어요.

 

 

이 자료를 가지고 2∼3년 씨름한 끝에 교정분류심사 체계에서 교정에 적합한 심리검사는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제소자에 맞게 175문항으로 된 ‘위험성 평가’를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연쇄살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교정에 있어 제소자들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서 관리하는 것이 올바를까’하는 의문에서 범죄심리학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범죄심리학자는 사건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범죄자들 중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들은 드물어요. 대부분이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죠. 범죄심리학자들은 수십년에 걸쳐 범죄자 뿐만아니라 범죄 현장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화 작업을 합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거 그 사건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건을 분석해 용의선상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오리무중일 때 데이터 베이스가 구축돼 있으면 수사 에너지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어부들이 사용하는 매듭을 사용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후에 같은 방식의 매듭을 사용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 용의자를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범죄심리학자로서 현재 어떤 활동을 하는지.

▲검거된 범죄자들을 분석해서 데이터 베이스화하려면 그들을 특성의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측정 도구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사용되는 측정도구를 그대로 들여와서 사용했는 데,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 사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위험성 평가’와 같이 한국 범죄자들에 적합한 분석 도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범죄심리학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내게 가장 심적으로 동요를 줬던 사건은 대전에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오래도록 남편의 학대를 받아온 아내가 잠든 남편을 죽인 사건인데 경찰 조사 내용은 아내의 외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케고 있었어요. 직접 만나 면담해 보니 아내는 유방암 수술을 해 공중목욕탕도 못가고 외도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또 아내는 남편의 심한 학대로 살해 당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일으켰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형사상 조각사유가 되기때문에 그 근거와 외국판례 등을 법원에 제출했더니, 대전지법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검찰에서 고법에 항소를 했지만 기각돼 집행유예가 확정 판결됐습니다. 그땐 정말 범죄자를 연구한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청소년 범죄를 놓치면, 성인 범죄를 관리할 수 없어요. 청소년 범죄가 고질화되고 점점 더 만성화 되는 데는 한국의 소년 사법체계가 일조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소년 사법체계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관대합니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봐줌으로써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낄 기회를 주지 않아요. 아이들은 처음에 죄를 지었을 때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애들은 처음에 경찰서에 오면 우는데 두번째 오면 여유가 있고, 세번째 오면 돌아다니며 놀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관대한 처분이 법의 엄중함이나 법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재범률도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칩니다.

방임형태의 소년사법 제도보다 형사처벌이 아니라면 아이들을 계도할 수 있는 기회라도 보장해줘야 합니다.

지금의 가정은 예전처럼 아이들을 계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봤자 아무도 아이들을 안봐준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다시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와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남양주에서 일어난 두 번의 집단 강간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야산에서 여학생을 강간하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6명은 피해자가 사망을 해서 아이들이 구치소라도 갔어요. 그러나 두 번째 일어난 사건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형태의 범죄가 일어나다 보니 다들 민감하게 빨리빨리 대처해서 부모들이 합의를 보고 끝내버렸어요. 처벌을 받지 않은 6명은 합의로 인해 죄의식을 느끼지도 못할 뿐더러 또 다시 더 흉폭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범죄 수사체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자면.

▲이제는 더이상 전통적인 수사방법으로는 사건 해결이 힘듭니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아무런 이유없이 저지르른 범죄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탐문 수사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론 안됩니다. 이제는 범죄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범죄자들의 심리 연구를 위해 관학 협력이 필요하고, 수사기관간에도 연계가 필요합니다.

수사의 가장 좋은 선생님은 범죄자라고 말합니다. 범죄자들을 많이 만나고 분석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터득해야 합니다. 범죄자들은 특이한 생각을 하는데, 수사관들이 전통적인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43·여)교수는 현재 대검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이자 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자문교수로서 한국형 전문 프로파일러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5년 아이오와 주립대학 심리측정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 연세대 심리학과 강사를 시작으로 경희대 교육대학원 강사를 거쳐 경기대 인문예술총괄부 교양조직학부 전임강사·조교수,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동 대학원 교학부장, 삼성전자 자문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02부터 2003년까지 텍사스주립대의 형사정책학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선진 교정체제를 몸소 체험했다.

2002년 한국심리학회로부터 심리검사제작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그림과 함께 보는 EQ 바로알기(1997)’, ‘범죄심리학(2007)’, ‘교정심리학(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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