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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4>-깨달음의 길

‘인도의 마지막 조사’ 보리 달마-소설가 이재운

 

앞으로도 어떤 사건이나 사물, 자연 현상같은 것을 보고 깨달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봄에 핀 복사꽃, 바람에 부딪치는 대나무 잎사귀 소리에서도 깨닫는다. 복숭아를 따다가도, 풀을 뽑다가도 문득 감전된 사람처럼 선정에 들기도 한다. 이것을 글에 나타난 대로만 이해한다면 그 정도의 깨달음이라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 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윤회 전생을 통하여 갈고 닦아온 근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깨달음의 결과를 일일이 예측하기 어렵다.

터질듯이 부푼 풍선에 가시를 살짝 대어 터뜨렸다고 ‘가시’만 뚫어져라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풍선이 부풀 때까지의 과정이 더 길다.

그러므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나?’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사과 한 개가 사과나무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뉴튼이 물리학자로서 늘 머리 속에 담아두고 다니던 중력에 대한 의문과 관련 지식같은 것이 폭탄처럼 잠재해 있다가 사과가 도화선이 되어 중력의 법칙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오는 오도의 인연에 대해서도 신중히 읽어주고 오도송이나 인가를 위한 선문답같은 내용에서 그 윤곽을 유추해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한 선사의 오도를 약간이라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그 어떤 선사도 같은 인연에 의해 두 번 깨닫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똑같은 오도 인연을 가진 선사들은 없다.

누구도 단 한번의 기회, 그만의 독특한 계기가 만들어진다. 누가 대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깨우쳤다고 해서 대나무 숲만 들어가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진리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용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그 누구의 오도기도 독자들의 오도와 상관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갖는 의미를 찾는다면 다만 용맹 정진하는 용기를 주는 것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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