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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7>-열반의 길

‘스승에게 팔을 잘라 바친’ 혜가-소설가 이재운

 

스님은 만년이 되어 당신의 임종이 멀지 않음을 예감하고 제자인 승찬에게 전법을 했다.

“달마 존자께서 반야다라 존자의 예언을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마음 속은 길하나 육신은 흉하다는 것인데 그 말이 요즈음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일 성 싶다. 내가 햇수를 가만히 따져보니 요즈음이 바로 내가 지은 전생의 업보가 나타날 시기다. 너도 존자의 이같은 말씀을 잘 명심해 두었다가 행여나 세상 재난에 걸려도 누구를 원망하지 말 것이며 초연히 극복해야 하느니라. 지은 빚은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

그로부터 혜가는 전생의 빚을 갚는 업(業)풀이를 하러 다녔다. 승찬에게 전법을 하고 의발을 넘겨준 혜가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법을 하다가 마침내 겉모양도 바꾸고 기행을 일삼았다. 술집에도 들어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도록 술을 퍼마시기도 하고 푸줏간에 가서 고기를 흥정하기도 했으며 거리의 비천한 잡담도 모두 익혀 흉을 내보였고 품팔이꾼과 어울려 막노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으례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스님은 도인이신데 왜 이러십니까?”

도인이면 깊은 산 속에 앉아 수도를 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서 설법 한 마디라도 할 일이지 뭣하러 불한당 잡놈들하고 어울려 지내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때마다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내가 내 마음을 닦는 것이지 네가 내 마음을 닦아주는 것은 아니야. 너희는 구태여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이럴 때 흔히 기행(奇行)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행위를 규정해 버리기엔 아주 알맞는 단어인 성 싶다. 즉 보는 이에겐 기행일지 몰라도 혜가에게는 목숨 건 투쟁이었다. 업풀이를 해서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는 노력이었을 뿐이다. 그 뒤 어느 날 스님은 관성현에 있는 광구사 삼문 밖에서 대중을 모아놓고 설법을 했다. 그동안 스님의 갖가지 기행을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법회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때마침 광구사에서는 변화 법사의 열반경 강의가 있던 참이었는데 그만 학인들이 모두 빠져나와 강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화가 난 변화는 평소 친분이 있던 관성현의 재상인 적중간에게 무고하였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혜가는 엉뚱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참수를 당해야 했다. 형장에서도 그는 태연한 자세로 목을 내놓고 칼을 받았다. 굳이 물으면 빚을 갚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향수 107세 때의 일로 593년 3월 16일이었다. 무고한 사람, 목 친 사람 모두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아 스스로 업의 굴레를 벗어던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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