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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허세욱씨 ‘장례 갈등’

유족 “평범한 아버지” 대책위 “열사·영웅”

 

민노당, 병원·가족 국가기관 개입 의혹

16일 고 허세욱씨의 죽음은 고인의 뜻대로 기려졌다.

고인은 이날 오전 성남 화장장에서 유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화장돼 인근 유택 공원에 안치됐다.

고인은 지난 16일 ‘한미 FTA 반대’를 외치다 끝내 ‘분신’으로 마지막 선택을 하고 쓰러져 갔다.

‘자신을 버린적이 없다’고 입버릇 처럼 말해온 그는 ‘자신을 버리고’그렇게 한스런 삶을 조용히 마감했다.

고인의 죽음을 놓고 화장하는 순간까지 가족들과 대책위는 승강이를 벌였다.

‘죽음을 조금이라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양측의 견해가 조금 달랐던 것이다.

유족들은 ‘열사’, ‘영웅’이라는 이름 보단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 살다간 것’으로 불려지기를 더 원했다.

이날 화장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생각보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낮 12시 30분, 그의 죽음이 한 줌의 재로 수골실에서 나오자마자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과 유골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유택 공원으로 향했다.

민주노총 대책위 위원들이 가로 막았지만 유족들은 뿌리치고 그대로 걸어갔다.

유골 안치는 대책위원들의 장엄한 투쟁가 속에서 짧게 의식이 끝났다.

이 순간 차분했던 유족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오열했다.

고인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오열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오래 보여주기 싫었는지 유족들은 금새 공원을 빠져나갔다.

유족들이 떠나자 그곳은 대책위원들로 채워졌다.

이들에게 고인은 ‘열사’이고, ‘영웅’이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렇게 급하게 가셨지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는 급하게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허 동지의 유지가 투쟁으로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대책위원들은 고인의 유골이 뿌려진 유골탑에 참배하고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주재로 약식 추도식을 진행했다.

대책위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추도 발언을 하면서 감정이 복바친듯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사무처장은 “고인의 장례를 졸속으로 치른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외람되지만 병원과 가족에 국가 기관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집회가 끝나자 민노총 주 부위원장과 민노당 이 사무처장은 ‘우리가 바꾸자’며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에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고, 18일 오전 11시에는 고 허세욱씨의 장례를 대책위 자체적으로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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