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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8>-열반의 길

‘스승에게 팔을 잘라 바친’ 혜가-소설가 이재운

 

여기에서 또 한 마디 사족이 붙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자주 나오는 말에 자기가 죽을 날을 미리 알아서 준비하는 장면이 있다. 이런 것을 흔히 숙명통이 열린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가 죽을 때를 아는 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짐짓 짐승들까지도 자신의 임종 시기는 스스로 안다고도 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더 깊이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수도를 하다보면 전생의 일이 저절로 보이고 그 전생의 업보를 관찰하여 이승의 운명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회론에 근거한 말인데 자신의 카르마(業)가 무엇인지 본다면 그 열매가 어떠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춘다의 버섯죽을 먹고 식중독으로 죽었다든가, 달마가 제자의 독약을 마시고 죽은 것도 어찌 보면 전생에 이미 맺어놓았던 것을 이승에서 푸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부처님같은 경우에는 교화 방편으로 그럴 수도 있다.

혜가도 같은 이치로 자신의 카르마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전생에 누구를 아주 모함해서 죽게 했다던가 하는 강한 원죄를 스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카르마를 씻기 위해서 시정 잡배들과 어울리면서 전생 빚을 조금씩 갚았던 것이다. 잠시 방편으로 운명을 피해 보았자 다음 생에서 다시 받게 될 것이므로 과보를 스스로 풀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혜가는 전법 이후 전생 빚을 갚으려고 쏘다녔고, 마침내 의연하게 참수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자신의 카르마를 알지 못한 채 죽게 되었더라면 죽으면서도 변화 법사에 대한 원한을 꼭 쥐었을 것이 틀림없고 그 원수지간의 카르마는 다음 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깨달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 일로 해서 변화 법사와 자신간에 얽혔던 전생 악연을 말끔히 정리한 것이다.

인도의 제24조 사자(Simha) 존자도 그런 분이었다.카르마를 알고 때를 알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머리를 바쳐 불법을 수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분이 몇 분 더 나온다. 다만 이런 사실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어떤 스님이 예고된 날에 죽지 않자 제자들이 달려들어 방석으로 눌러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고나서 ‘우리 스님은 역시 도인이셨다.’고 자랑하면서 부처 장사를 계속 해먹었다고 한다. 또 앉아서 죽는 게 선사들의 도가 깊은 것이라는 말 때문에 죽는데도 정말 ‘죽을 힘을 다 해’ 죽은 스님들도 있다.

혜가는 성불을 위해 다음 생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놓고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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