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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7>-깨달음의 길

‘중국 선종의 마지막 꽃잎’ 홍인-소설가 이재운

 

어느 날 도신이 황매현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느 마을 앞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쉴 자리를 살피다가 나무 그늘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동자들을 발견했다. 스님은 기왕이면 쉬는 김에 동자들의 놀이를 지켜보며 동심에도 젖어보고 싶어 동자들 곁에 앉았다.

그는 한참이나 동자들 하는 이야기와 놀이를 구경하는 데 넋이 나가 있었다. 도인의 마음은 동심과 통한다더니 도신에게서 또한 그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동자들을 구경하고 있던 도신의 눈이 자꾸 한 동자에게 집중되었다. 그 동자는 다른 동자와는 달리 골격이 수려하고 눈빛이 총명해 보였다. 그리고 말하는 솜씨가 범상하질 않았다. 그래서 도신은 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 동자를 불러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이 동네 사냐?”

“예, 스님.”

“성이 무언데?”

도신도 이곳 기주 사람이었으므로 혹시나 자기와 같은 사마 씨가 아닌가 하고 가볍게 던진 물음이었다. 그런데 우문에 현답이랄까, 동자의 대답은 기가 찰 정도였다.

“그리 흔한 성이 아닙니다.”

“무슨 성이길래?”

“불성(佛性)입니다.”

불성의 성(性)과 성(姓)은 중국 발음으로 다같은 ‘hsing’이다. 우리나라에서 김 가, 박 가하는 것처럼 불 가요 하고 말한 것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깜짝 놀란 도신이 다시 물었다.

진짜 성을 물었잖니?”

“제 성은 원래 공(空)하답니다.”

여기서도 성(性)과 성(姓)을 한 가지로 썼다.

도신은 짐짓 놀라면서도 혹시나 어른들의 농담을 들어 외운 것을 장난삼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몇 마디 더 물어보았으나 대답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있었고 말도 조리있게 척척 받아냈다.

도신은 그 길로 동자의 부모를 찾아가 동자의 출가를 적극 권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동자의 부모도 기꺼이 승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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