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31.5℃
  • 구름많음서울 28.4℃
  • 구름조금대전 27.6℃
  • 맑음대구 27.9℃
  • 맑음울산 27.3℃
  • 구름많음광주 27.8℃
  • 맑음부산 27.7℃
  • 맑음고창 27.1℃
  • 맑음제주 28.6℃
  • 구름조금강화 26.8℃
  • 맑음보은 26.1℃
  • 맑음금산 26.5℃
  • 구름조금강진군 26.4℃
  • 맑음경주시 26.7℃
  • 맑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꺠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40>-깨달음의 길

‘부처의 법맥을 마지막 받은’혜능-소설가 이재운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혜능은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나무장사를 했다. 어느 날 땔감을 지고 장터에 나갔다가 어떤 나그네가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 다른 말은 비가 오나보다 바람이 부나보다 하는 정도로 다 그냥 지나갔는데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基心)’는 말 한 마디가 혜능의 귀에 덜컥 매달려 떨어질 줄 몰랐다. 혜능은 나그네에게 다가가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부처님의 말씀이 적힌 금강경이라는 책입니다.”

“그 책을 어디 가면 구할 수가 있나요?”

“황매현의 동선사로 가보시지요. 저도 그 절에서 구했답니다. 동선사에 계시는 홍인(弘忍) 대사는 누구에게든지 이 경을 읽으라고 권하신답니다. 금강경을 지니고 틈틈이 독송을 하면 누구나 성불한답니다.”

나그네의 말을 들은 혜능은 어머니의 거처를 마련해드리고 당장 동선사로 달려가 홍인 대사를 친견하고자 했다.

“누구신데 무엇을 구하러 오셨습니까?”

“예. 저는 영남 신주에 사는 백성입니다. 스님을 뵙고자 하는 이유는 부처가 되고자 할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홍인은 벌써 혜능의 됨됨이를 짐작했는지 가혹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시험을 해보는 것이다.

“영남이면 본시 무식한 오랑캐가 사는 땅인데 오랑캐가 어떻게 성불한단 말인가요?” “사람에게는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따로 있어도 불성에는 원래 남북이 없다는데 스님과 제가 몸은 비록 다르지만 불성이야 다를 리가 있겠습니까?”

홍인은 마음 속으로 대단히 기뻤다. 마지막 다섯째의 꽃잎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동선사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보다는 부처님 때부터 전해내려 온다는 부처님의 옷과 밥그릇 즉 의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혜능이 바른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조금이라도 암시하는 날이면 혜능의 신변에 해가 끼칠 것을 염려하여 다짜고짜 꾸지람을 해서 내쫓았다.

“건방진 녀석이로구나! 감히 말장난이나 하려드냐? 나가서 밭일이나 해라.” 그러나 아직은 홍인의 뜻을 짐작하기엔 어렸기에 혜능은 아는 바를 좀더 자랑하고 싶었다.

“제 성품을 닦는 것이 곧 밭을 가는 것인데 스님께서는 따로 무슨 일을 하라는 말씀이옵니까?”

허, 이 오랑캐놈이 뉘 앞에서 허튼 소리를 하는거냐? 당장 후원에 나가 방아나 찧어라.”그래도 더 말하려고 대들었다면 혜능은 결코 오늘날 우리가 떠받드는 그러한 혜능이 못되었을 것이다. 역시 제자는 스승의 뜻을 헤아려 볼 줄을 알았던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