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적 관점으로 가족간 가치관 인정해줘야”
“뛰어 노는 것이 좋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만 다그치는 엄마, 아이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안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 박옥분(41) 센터장.
그녀는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다른 가족을 사회적 잣대로 무조건 껴 맞추려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첫걸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 2005년 7월 문을 연 안산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출산율 저하, 이혼의 증가, 청소년 일탈, 가정폭력 등 가정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녀가 이 센터를 맡은 것은 올해 1월1일. 불과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20년 가까이 NGO활동을 하며 쌓아 온 노하우와 운영철학은 센터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내가 행복해야 그 향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질 수 있습니다.”
박 센터장이 직원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강조하는 말이다. 하루평균 상담 건수 30여건, 아이돌보미, 국제이민자가족 지원 사업 등 단 6명이 소화하기엔 많은 일이지만 직원들의 입가에 항상 미소가 머물러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말 센터에서 열린 ‘한부모 가정 모임’. 유일하게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참여했다.
“처음엔 정말 못마땅한 표정이었어요. 전형적인 한국의 권위적 아버지의 모습이었죠. 그런데 모임을 가질수록 목에 힘을 빼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더군요.”
모임 이후 그 남자는 아들과 센터를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며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변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에게도 행복의 향기가 전해진 것이다.
가족이 딱히 함께 할 놀이 문화가 부족한 요즘. 가정 대안 문화의 창출 역시 센터의 역할이다. 안산센터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노적봉 폭포공원에서 하루종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가족 놀이터’를 연다.
최근 센터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국제이민자 가족을 찾아내 지원하는 것.
박 센터장은 “안산엔 결혼이민자 가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며 “한 중국인 여성은 한국국적도 중국국적도 갖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중국여성은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앓고 있었으며, 한국인 남편에게 버림받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또 국적이 없어 기초생활수급권자도 될 수 없어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어 했다.
이에 센터는 안산지역 사회복지 단체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가장 시급한 생필품 지원을 비롯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건강한 가족은 서로의 가치관이 인정받는 가정을 말합니다.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열린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센터장은 양성평등적 관점으로 가정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가족공동체가 지역공동체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오늘도 그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건강한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열린가족 위드 러브 페스티벌’ 준비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