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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52>-깨달음의 길

석두로 가는길은 미끄럽다-소설가 이재운

 

등은봉(鄧隱峯)이 길을 떠나면서 마조에게 인사를 하러 들렀다.

“어디로 가려는가?” “석두로 가겠습니다.”

“석두로 가는 길이 꽤 미끄러울걸.”

“장대 하나를 지니고 다니다가 광장을 만나면 연극을 하지요.”

그러고는 떠났다. 석두에 이르르자 선상을 한번 돌고 석장을 한번 흔들어 소리를 낸 뒤에 말했다.

“이게 무슨 종지인 줄 아시겠오?” 석두가 말하였다.

“푸른 하늘일세, 푸른 하늘.”

은봉이 말없이 바로 대사께 돌아와서 이 사실을 이야기하니 대사가 말했다. “다시 가서 그가 또 하늘 타령을 하거든 얼른 ‘어험’ 하고 큰 소리를 질러보게.”

은봉이 다시 석두로 가서 앞서와 같이 ‘이게 무슨 종지인 줄 알겠소?’ 하고 물었다. 그러나 석두는 하늘을 말하지 않았다.

석두가 먼저 ‘어험’해 버렸다. 은봉은 또 말을 못하고 돌아갔다. 그러자 마조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던가. 석두로 가는 길이 미끄럽다고.”

어떤 강사가 와서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떤 법을 전해 받았습니까?” 대사가 도리어 물었다.

“좌주(座主)는 어떤 법을 전해 받았는가?”

좌주는 강사에 대한 존칭이다. 강사가 대답했다.

“20여부의 경과 논을 강의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자후를 하니 그러면 스님은 사자가 아니오?”

부처님의 말씀을 사자후라고 하는 데서 사자라는 말이 여기에 등장했다.

“외람스럽습니다.”

사가 ‘어험’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것이 법입니다.” “무슨 법?”

“사자가 굴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마조가 아무 말도 없이 잠자코 앉아 있기만 했다. 그래서 다시 그가 말했다. “그것도 법입니다.” “무슨 법인가?”

“사자가 굴 속에 있는 법입니다.”

“나오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는 것은 무슨 법인가?”

그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하직하고 문을 나서는데 대사가 ‘좌주여’ 하고 불렀다.

그가 머리를 획 돌리자 마조가 물었다.

“그것은 또 무엇인가?”

그가 또 대답을 못하자 마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 우둔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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