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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62>-깨달음의 길

마음의 도장을 찍은 무업-소설가 이재운

 

아홉 살까지 대승경을 배우고 열두 살에 입산했다.

그뒤 모든 경전을 두루 섭렵한 다음에 강원의 강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업은 불경의 어느 경(經), 무슨 품(品)이라고 대기만 하면 달달 외우고 줄줄 설명해 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업은 당시의 대선사인 마조를 친견했다.

선승과 학승의 고수들이 맞닥뜨린 것이다.

마조가 무업을 훑어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불당(佛堂)은 우람한데 부처님은 어디 가셨나?”

주인이 없는 호화 주택이라는 말이다.

부처님의 말씀이라면 죄다 주워 이리 엮고 저리 엮어 그럴싸하게 시늉은 했지만 아직 부처님의 그림자도 닮지 않았다는 촌평이다.

무업은 당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그 정도는 알아듣는 학승이었다.

“문자는 대충 익혔으나 선가에서 말하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은 귓전에서 머물고 맙니다.”

무업의 수려한 용모와 맑은 음성이 마음에 든 마조는 가르침을 내렸다.

“세상에 있는 그대로지 달리 아무 것도 없어.”

“달마 조사께서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비밀한 심인(心印)이란 무엇입니까?”

심인이란 법을 전하는 것이 마치 마음에서 마음으로 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자네의 마음이 지금은 매우 뒤숭숭하니 다음에 한번 다시 와보게.”

무업은 낙담을 하고 물러났다.

마조는 맥빠진 걸음으로 돌아가는 무업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이보시게, 대덕!”

‘대덕’은 지혜와 덕망이 높은 스님에 대한 존칭어다.

고개를 돌린 무업의 안면에 마조는 일갈을 내리쳤다.

“이게 무엇인가?”

아주 흔한 화두다. 이것이 무엇인가? 경상도 사투리로 이뭐꼬라고 하는 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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