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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64>-깨달음의 길

알음알이, 또 하나의 업-소설가 이재운

“이 둔한 친구야! 절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다. 그저 그럴 뿐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으니 굳이 절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무업의 질문에 처음 대답했던 바로 그 말이 바뀐 것이다.

이와 유사한 문답은 아주 많다. 구지(俱脂)가 진리가 뭐냐고 묻는 객승에게 뜻도 모르면서 스승을 흉내내어 손가락을 쳐든 제자의 손가락을 자른 다음에 아파서 도망가는 제자를 불러 세워놓고 다시 손가락을 쳐든 것도 그렇다. 또 하산하는 벽송(碧松)을 잠시 불러세우고 ‘옛다, 도 받아라.’ 하고 던지는 시늉을 해보인 것도 그렇다.

그러나 화두를 이런 식으로 해석해나가는 태도는 선가에서 가장 경계하는 공부법이다. 알음알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선사라면 절대로 이런 식으로 화두를 대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화두를 해석해 들어가면 천칠백 화두가 다 그럴 뿐이다. 그렇다면 알음알이의 정체가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알음알이, 그것은 또하나의 업이다.

업 중에서도 가장 병폐가 심한 업이다. 업이라는 것은 끈끈한 풀과 같아서 자유롭게 날고 싶은 의식의 날개에 달라붙어 날지 못하게 한다. 업이라는 풀이 많이 끼면 낄수록 날개짓을 할 수 없다.

알음알이. 세상에는 일곱 가지 색깔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음알이다. 이 알음알이는 옛날 사람이면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던 알음알이다. 그러나 요즘의 현대 과학에서는 가시광선 말고도 적외선, 자외선같은 불가시광선이 아주 많다는 것이 밝혀져 옛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소리도 그렇다. 우리가 듣지 못할 때는 고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듣는 가청 주파수 이하나 이상으로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공중에 떠다니는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 오래다. 온갖 라디오, 텔레비전, 무선기 등에서 보내고 받는 소리들이 엄청나다.

즉 알음알이라는 것은 부분 집합에서 통용되는 원리, 지방 자치법같은 것이다. 이런 알음알이는 정작 넓고 깊은 곳으로 가면 빛을 잃는다. 골목대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사들은 이러한 고정 관념, 선입관을 일컬어 알음알이라고 불렀고, 화두를 해석하려고 애쓰다보면 알음알이에 걸려 진짜 뜻은 알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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