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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71>-깨달음의 길

마음을 격파하면 無가 된다-소설가 이재운

 

남전이 강사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내게 경을 강의해주게.”

“그럼 화상께선 제게 선법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금탄자로 은탄자를 바꾸려 하지 마라.”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소복소복 쌓였느냐, 얼기설기 붙었느냐?”

남전은 강사가 말을 따라다니는 사람인지 뜻을 따라다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강사의 말로는 경 따로 선법 따로다.

참으로 너무나 문자 숲에 깊이 빠져서 소복소복, 얼기설기 문자나 엮고 있다.

어떤 스님이 남전에게 질문했다.

“공중에 구슬이 하나 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사다리를 놔.”

“어떻게 공중에다 사다리를 놉니까?”

“그건 그렇고, 구슬은 갖다 뭐 하려고?”



어떤 학인이 하직 인사를 하면서 물었다.

“제가 다른 지방으로 떠납니다. 그곳 학인들이 화상의 문안을 물으면 무어라고 대답할까요?”

“요즈음은 씨름만 하며 지낸다고 해라.”

“무슨 뜻인데요?”

“한번 치면 둘이 몽땅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스님이 말을 알아들었는지 또 질문한다.

“부모님이 태어나기 전에 저의 콧구멍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것보다 부모가 태어난 뒤엔 자네의 콧구멍이 어디에 있었는가?”

씨름을 한다는 것은 제자들하고 토론하면서 지낸다는 것인데 너무 어렵게 받아들였다.

의미를 확대 해석하려한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치면 둘이 없어진다고 답했다.

뭐든지 근본을 끊어버리면 문제의 양면이 동시에 없어진다.

선과 악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계, 있음과 없음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계, 색과 공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계를 말했다.

마음을 쳐서 격파하면 너도 없고 나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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