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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

내달 10일은 민선4기 지방의회 개원 1주년이다. ‘의원 유급제’가 첫 도입 실시된 터라 지방의원들은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1년이었다. ‘유급 의회’가 사심없이 지역의 현안을 챙기는데 한 몫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밥 값을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또 소선거구제에서 중대 선거구제로 바뀌었고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도 도입됐다. 정당공천제는 원구성이나 의정 전반에 당리당략 이해관계가 얽매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직능 대표와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며 집행부의 보다 철저한 견제와 감시가 가능했고, 주민소환제 도입은 단체장의 직접적 통제 수단으로 실제로 독단과 전횡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다.

수원시의회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해 7월 수원시의회 제8대 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홍기헌 의장(68)을 22일 만났다. 그는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의정 활동을 펼쳤다”고 운을 떼며 “워밍 업을 한만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신없이 바빴던 1년…워밍업 끝냈으니 이제부터 시작이죠”
 

 

 

 

 

 

 

 

- 예순 여덟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신데. 건강 유지에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신지.

▲매일 새벽 5시 깨서 경희대 동산과 광교산에 올라 1시간 가량 거목에 등치기 배치기를 하고 땀을 흘린다.

이 습관은 지난 1980년 중반 방송기자를 그만두고 사업할 때 생겼다. 마대 공장을 했는데 직원들이 밤샘 작업으로 새벽 녘 자주 졸면서 로스가 생기는 바람에 직원들의 졸음을 없애기 위해 일찍 일어나게 됐다. 그게 평생 버릇이 됐다.

 

돈하고는 인연이 없는지 사업에 쫄딱 망하고 지리산 노고단에서 푹 쉬었다가 하산해서 1988년 경기일보를 창간했다. 내 건강은 광교산이 지켜주고 있다. 수원을 빙 둘러싸고 있는 광교산은 수원 시민들에게 젊음과 에너지를 준다.

 

광교산을 올라서면 활력이 넘친다. 땀을 촉촉히 적셔야 심장이 튼튼해진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건강을 찾으려면 산에 가라. 그 곳에 길이 있다.

- 지난 1년간 의장으로서의 소감과 제8대 의회의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 처음에는 책임감이 앞섰다. 어떻게 의정을 이끌고 지역에 봉사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이 무척 앞섰다. 솔직히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여생을 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 봉사하고 싶어 지역구로 나가려 했다. 근데 주위의 만류로 원로로서 비례대표로 등원한거다.

 

언론 경험, 세상 경험을 높이 샀는지 무난히 의장에 피선됐다. 의장이 되고 나서 봉사 일념으로 살았다. 아장아장 갓난아기의 심정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에도 겨우 걷는 정도이지만 보람이 있다.

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치시대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의 목적은 하나다. 수원 시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고 삶의 질 향상이다. 잘 되게끔 연구하고 견제하며 수원시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두 번의 정례회와 여섯 번의 임시회 등 모두 81간의 회기 일수를 통해 71건의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했다.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272건의 사무에 대해 시정 및 처리요구, 108건의 건설적 대안제시를 했고 예산 심의를 통해 당초 예산에서 54억9천만원을 삭감, 1조1천640억원의 예산을 의결했다.

- ‘의원 유급제’가 도입 됐는데 시민들의 평가는 긍정 반, 부정 반 엇갈리고 있는데.

▲ 그 이전에도 의원들에게는 수당이 있었다. 월 평균 170만원 정도가 됐는데 민선 4기 부터 유급제가 되면서 수원시의원의 경우 월 평균 315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3천780만원 정도다. 사심없이 일하라는 격려금 차원이다. 그러나 유급제가 되면서 의원들의 책임감과 열의는 가히 대단하다.

 

의원들 모두가 한결같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역의 현안을 챙기느라 회기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아마 매달 315만원의 돈을 저축하거나 집에 갖다주는 의원을 없을 것이다. 대다수 의원들이 ‘주부 모니터’를 채용해 실시간 의견 수렴을 하고 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급제’인 만큼 그 밥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국가의 녹을 먹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어영부영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액수가 많든 적든 심적으로 부담이 가기 때문에 엄청나게 지역 일을 챙기고 있는 것 같다. 의정 질의 때 과거와 달리 보다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평가가 그 반증이다.

- 지역 현안과 관련,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는데 그 활동 상황은 어떤가.

▲ 지난 1월 ‘수원비행장 소음피해 및 이전문제 특별위’와 3월 ‘광교산 보전 특별위’를 구성했다. 수원비행장의 소음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비행장 면적이 200만평인데 그 피해 면적은 16개동 1천25만평 22만 시민이 소음에 직접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수원시 전체 인구의 1/5이 피해 권역에 들어와 있을 정도로 광범위 하다. 소음 피해는 바로 건강 피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인 1950년 비행장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보다 지금은 인구가 10배 늘었지만 비행장은 그대로다. 한적한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국방부와 협의해야 하는 예민한 사안이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다만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상책을 강구하려고 한다. 주변 피해 학교는 무려 30개 학교에 달하는데 이착륙 때 소음은 굉음에 가깝다. 연내 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각급 피해 학교의 학습권 피해, 주민의 건강권과 재산권 피해등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또 광교산 보전 특위는 무질서한 난개발로 인한 광교산의 훼손과 오염 실태등을 현장 실태 조사를 벌였다. 지난 해 건강관리보험공단이 전국 50개 지역의 주민건강 실태 조사 결과, 수원 시민들의 건강이 제일 좋고 질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광교산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 낮 저녁 할 것 없이 수원 시민들은 광교산 등산을 즐긴다. 해발 570m 인데다 취향별 시간대별 코스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육산인데다 토질이 좋아서 등산하기에는 최고의 산이다. 특위는 이곳에 유기농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영동고속도로 생태통로, 친환경적인 광교신도시 개발을 유도할 것이다. 특히 영동고속도로가 뚫히면서 등산로 세 곳이 끊겼는데 복원할 것이다. 광교신도시가 조성되면 어느 코스로든 가든지 광교산이 연결되도록 끊어진 곳을 모두 원상태로 복구할 것이다.

- 수원시 인구가 108만4천명을 넘어섰는데. 도시는 팽창했지만 인구가 늘면서 그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 수원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다. 정조대왕이 창건한 이 화성은 바로 ‘효’ 사상이다.

이 사상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게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정조대왕은 ‘효의 대왕’이다. 정조 13년부터 24년까지 아버지 묘소에 참배하는 13차의 원행과 화성행궁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치르며 효를 치국의 근본으로 삼았다. 아버지를 물어간 호랑이를 잡은 ‘최루백의 이야기’, 능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귀행의 길이 더디어진 곳이라해 붙여진 ‘지지대 고개’등 곳곳의 자취와 유적이 바로 ‘효’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의왕시 경계인 그 ‘지지대 고개’에 효행문을 지어 세울 것이다.

 

차차 4대문 수원시 경계에 모두 효행문을 세울 계획이다. 그 효행문의 한문 서체는 명필 정조대왕의 서체를 채자할 것이다. 한글은 혜경궁 홍씨의 서체를 채자해서 쓸 것이다. 정조대왕의 ‘효 사상’이 길이 길이 후손에 전해지도록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체성’이다. 성곽의 도시, 효심의 도시, 잘 다듬어서 키울 것이다.

- 근래 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두고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 의원들의 해외 연수는 ‘벤치마킹’이다. 의원들이 ‘우물안 개구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해외에 나가서 잘된 것은 우리 것과 접목하고 공부해야 한다. ‘관광성 외유’도 필요하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이 흠이지 장려하고 싶다. 뭔가 눈이 뜨려면 우리 보다 문화가 높은 외국에 가봐야 한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게 낫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해외 연수 이후 의원들에게 반드시 리포터 작성을 의무적으로 시키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경기문화재단 사무총장 시절(2000~2002년) 미국의 백남준미술관을 가보고 상당히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사람은 여행을 통해 편견을 없앤다. 해외 관광은 섹스나 도박 관광이 아닌 한 언제나 매우 교육적인 것이다.

- 인구가 불고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시 곳곳에 상습 지정체 구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수원시의 장기적 발전 구상과 비전에 대해서 의장님의 안목을 듣고 싶은데.

▲ 2020년까지 인구 135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난 개인적으로 인구가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녹지 공간이 줄기 때문이다. 땅 덩어리는 제한 됐는데 무작정 인구만 늘어나는 것은 기형이다. 이젠 쾌적한 도시, 정말 성곽의 도시에 맞게 삶의 질이 눈으로 보이는 그런 비쥬얼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시청사 옆 시의회 부지가 큼직막하게 있는데 이 곳을 다목적 시민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시민들의 여가 활동 공간으로 이용하게끔 하고 싶은 것이다.

수원은 초유의 기업, 삼성이 있는 첨단 산업도시이다. 화성은 몰라도 삼성은 다 안다. 이제 삼성과 화성을 잘 융화시켜 수원 시민의 자긍심을 살리는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원은 동서남북 4대 축으로 이뤄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동으론 원천저수지, 서쪽으론 서호, 북쪽으론 광교저수지가 있다.

 

그러나 남쪽은 사막지대이다. 그래서 녹지공간이 부족한 이 남쪽의 ‘박지성 도로’를 경계로 도로 한쪽은 호수공원, 다른 한 쪽은 체육공원으로 만들면 4대 축을 이뤄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 조금 거북한 질문을 드리겠는데. 집행부의 초과근무 부당지급 관련해 지난 246회 임시회 시정 질의에서 의회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 수원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당시 감사원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시정 질의 때 하지 않은 것 뿐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봐 우려했다. 개인적으로 집행부의 잘못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 선배 기자로서 도내 언론 환경과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한 말씀.

▲ 2002년 경기언론인 클럽을 만들었다. 언론과 지역, 지역경제는 한 묶음이다. 같이 가야 한다. 그 당시 언론인 클럽을 만들어 언론인의 자질과 소양을 높이기 위해 매달 세미나를 열고 조찬 특별 강연도 열었다. 지역은 토론문화가 정착해야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 최대공약수가 나온다. 경기도는 언론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언론은 앞장서서 앞 길을 밝혀야 하는데 서로 먹고 살기에 바쁘다 보니까 그 정도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이 지역의 일간지 대다수가 일반 지역 독자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이다. 하루 아침에 언론환경이 나아질리야 없겠지만 언론인 스스로 각성하고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언론은 향도 역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 홍기헌 의장은

그의 인생 역정은 ‘오뚜기’란 표현이 제격이다.

쓰러질 때 마다 다시 일어서 ‘새 길’을 갔다.

대학 졸업 후 스물 여덟의 나이에 잘 나가던 금융 회사를 박차고 나와 연탄공장을 인수했다.

돈을 왕창 벌었으나 하루 아침에 쫄딱 망해 문화방송 통신원으로 언론에 발을 들였다.

1968~1980년 꼭 12년간 방송기자로 이름을 날리다 사표를 던지고 떼 돈을 번다는 ‘마대 공장’을 차렸다.

그러나 1년도 못가 부도를 내고 쫓기는 신세로 지리산 노고단으로 운둔 생활에 들어갔다.

해발 1천507m, 노고단 정상에서 다시 힘을 얻어 더 활기차고 왕성한 사회활동에 들어갔다.

수원 JC회장, 유네스코 도협회이사, 한국기자협회 도지부 부지부장, 밝은사회 수원클럽 초대회장, 도 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 등 봉사클럽에 몸담아 혼신의 힘을 다했다.

1988년에는 경기일보를 창간, 1994~1996년 경기일보 대표에 올랐으며 1998~2000년 한국케이블TV 수원방송회장을 지냈다.

이후 1999년 월드컵 수원경기지원 범도민추진위원장, 2000~2002년 경기문화재단 사무총장을 거쳐 2002년 광교산 사랑 시민운동본부 이사장, 2004년 수원시 역사박물관건립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 해 비례대표의원으로 수원시의회 제8대의회 전반기의장으로 당당히 피선됐다.

수원고 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내 인생은 굴곡이 심했지만 그 결과는 늘 좋은 쪽이었다”면서 “그 이유는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변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낮췄다.

/대담·정리=김동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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