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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76>-깨달음의 길

도는 진리 깨달음의 실체-소설가 이재운

 

조주는 120세까지 살다가 입적한 화상으로 임종기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으나 120세가 될 때까지 서슬 시퍼런 선기(禪機)가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비록 임종기는 따로 없지만 조주를 비롯한 그의 수많은 제자와 법손들이 선에 미친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오도에 관한 사항을 싣기로 한다.

조주는 아주 어린 나이로 입산을 했다. 조주의 나이 열넷이 되던 해에 그는 남전 보원을 처음으로 찾아갔다. 때는 한기가 아직 덜 풀린 이른 봄날이었다. 남전은 양지 바른 곳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가 어린 조주를 보았다.

“너, 어디서 왔니?”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어요.”

일거수일투족 선 속에서 살아온 남전의 말칼이 본능적으로 튀어나간다.

“서상원에 살았으면 서상은 봤니?”

서상은 상서로운 코끼리다. 서상원은 물론 코끼리를 기르는 동물원이 아니다.

“아뇨. 하지만 누워 있는 여래는 보았어요.”

남전이 벌떡 일어났다. 장난삼아 던져본 말에 씨박힌 대답이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누워있는 여래란 바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남전을 가리킨 말이다. 말 받는 솜씨가 여간 아니라고 생각한 남전은 농기를 거두고 정색했다.

“스승은 계시냐?”

그러자 어린 조주는 그 자리에 엎드려 절을 했다.

“아직 날씨가 춥사온데 스승님께서 이렇게 건강하시니 퍽 다행입니다.”

그때부터 어린 조주는 남전을 극진히 모셨다. 그의 나이 60세가 될 때까지도 남전의 곁을 한번도 떠나지 않고 스승의 시중을 들면서 수행을 했다. 그렇게 수십 년을 곁에서 시봉한 조주였기 때문에 그가 이룬 마음의 세계는 오늘까지도 찬연히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주가 특별히 오도라는 개념의 깨달음을 이룬 문답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조주가 남전에게 물었다.

“도가 뭐예요?”

도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중국에서는 불법의 요체를 가리켜 흔히 도(道)라고 불렀다. 그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도는 정법안장, 진리, 깨달음의 실체, 딤마(DARMA) 정도로 이해해두면 될 것이다. 조주는 바로 그 불변의 진리 담마가 뭐냐고 물은 것이다. 한 마디로 물어본 말이니 남전은 한 마디로 답해야 했다.

“평소에 늘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야. 평상심.”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데요?”

“도라는 것은 알려는 생각만 해도 멀리 도망간다. 잡으려고 하면 더더욱 멀리 도망가지.”

“그럼 어떻게 하지요?”

“도는 알고 모르는 그런 대상이 아니야. 안다는 것도 옳지 않고 모른다는 것도 맞지 않다. 진짜 도는 허공과 같아서 텅 비어 있을 뿐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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