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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77>-깨달음의 길

조주의 깨달음-소설가 이재운

 

조주는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 오도의 경지에 성큼 다가서게 되었다고 한다.

조주는 40년 동안 자신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다가 남전이 입적하자 비로소 교화를 시작했다. 그의 깨달음은 반짝 하는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이루진 것이 아닌 남전의 40년 지도 속에서 익을대로 익어버린 것이다.

그의 깨달음의 깊이는 다음의 선문답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조주가 몰려든 운수 납자들에게 말했다.

“도에 이른다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至道無難). 다만 지도는 차별을 꺼릴 따름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말로 이상의 도리를 나타내려 하면 그것은 곧 상대(相對-揀擇)다 절대(絶對-明白)다 하는 차별적 견해에 빠지게 되므로 나는 그런 절대의 경지(明白裏)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떠냐? 그런 걸 소중히 여기느냐?”

그때 한 스님이 일어섰다.

“화상께선 이미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또 무엇을 소중히 여긴단 말씀이십니까?”

“나 역시 모르겠다.”

“화상께서 모른다고 하실 정도면 어째서 아까는 절대의 경지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까?”

“자넨 제법 이론을 좋아하는군. 그만하면 됐으니 절이나 하고 물러가게.”

지도는 노자가 말하는 바의 상도(常道), 즉 영원히 변함없는 진리를 뜻한다. 무난은 승찬이 내린 지도에 대한 정의이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조주를 친견했다.

“조주(趙州)가 무엇입니까?”

“동문, 서문, 남문, 북문 어디에든지 있지.”

그 자리에서 깨닫지 못하면 의문으로 간직해야 한다. 선사들은 선문답에 선심(禪心)을 실어 던지지만 그것을 받지 못한 사람은 의문으로 만들어 참구해야 한다. 노력하고 정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다.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제가 듣자하니 화상께선 저 유명한 남전 화상을 오래도록 모시면서 그 법을 이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진주에서는 꽤 큰 무우가 난다지!”

나복(蘿蔔-무우)은 진주의 특산물이다. 특산지의 특산물 관계다. 남전이라는 좋은 땅에서 조주라는 특산물이 났다는 말이다. 같은 무우라도 밭이 좋아야 큰 무우로 자라듯이 자기도 큰 스승 밑에서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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