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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78>-깨달음의 길

일은 모든것이 없어져도 남는 영원한것-소설가 이재운

 

조주가 투자 대동(投子大同)에게 물었다.

“죽었던 사람이 갑자기 살아나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밤에 돌아다니면 안 되네. 내일 다시 오게. 이렇게 말하지.”

선사들의 문답은 즉문 즉답(卽問卽答)이다. 대개의 질문은 ‘자네 진리를 아나?’ 하는 말과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초논리의 질문에 대한 초논리의 대답이다.

죽었던 사람이라는 뜻은 원전에서 선의 소극적인 수행을 완료하여 소위 일체 사려분별을 떠난 각자란 뜻이다. 경계는 무경계로 다스리고 무경계는 경계로 다스리는 법이다. 긍정을 긍정하는 것보다는 부정 기법으로 긍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부정은 긍정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조주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때렸다.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은 비상식, 비논리의 세계다. 밤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도 자칫하면 공(空)에 너무 깊이 빠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래도 공, 저래도 공, 세상 만사가 다 공이라고 말하는 스님도 있다. 그냥 텅 비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켜 공이라고 한다면 참선은 아무 쓸모없는 헛수고가 되고 만다. 그래서 거짓, 또는 임시의 공(頑空)이 있고, 진정한 공(眞空)이라는 두 가지 용어가 있는 것이다.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세상의 갖가지 현상(萬法)은 한 곳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한 곳은 어디입니까?”

“내가 청주에 있을 때 베 적삼을 하나 만들었는데 일곱 근이 나가더군.”

우리나라 고전이라는 천부경(天符經)에 이에 대한 답이 나온다. 천부경 자체가 대답이다.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천부경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하여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끝난다. 일은 우주 만물이 발생하는 시원이다. 그러함에도 시원이라는 것은 없다. 일이란 자연히 본래 그냥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무엇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역시 그 무엇에 의하여 없어질 것이 아니다. 또 일은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없어지더라도 남게 되는 마지막의 것이다. 영원한 것이 일이다.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끝까지 추구해보면 꿈에서 깨어나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일인 심(心, 마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이 최상의 길이다. 무슨 일이든지 이 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일만이 참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못한다면 종교도 참된 종교가 아니고 철학도 참된 철학이 아니며 정치도 참된 정치가 아니다.

사람이 이 지상에서 대를 이어가며 무수히 태어났다가 사라져가고 있어도, 무수히 윤회 반복하여 태어나 그네 타듯 왔다가도 일심(一心)의 자리에 돌아가지 못하면 그것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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