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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0>-깨달음의 길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소설가 이재운

어느 날 조주는 수행자들의 심기를 일전시킬 만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진흙불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금불은 용광로를 건너지 못한다.

목불은 불을 건너지 못한다.

참된 부처는 각자의 마음 속에 있으니 ‘보리다, 열반이다, 진여다, 불성이다’ 하는 말들은 모두 몸에 붙인 옷같은 것, 역시 번뇌라고나 할 것들이다.”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다.”

무엇이 부처냐? 진리란 무엇이냐? 도가 무엇이냐? 뜰 앞에 잣나무가 있거나 말거나 마침 거기에 있었으니까 조주의 선심(禪心)을 그렇게 나타낸 것뿐이다.

이밖에도 ‘무(無)’나 ‘끽다거(喫茶去)’ 등의 공안이 있으나 다른 스님들의 문답에 자주 나오는 것들이라 생략한다.

너무나 유명하고 선사들 사이에서 널리 참구되는 공안들이라서 실었지만 경계의 말도 아울러 덧붙인다.

무이(無異)는 이렇게 말했다.

“참선하는 사람들은 공안을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조목조목 이해하고 깨우쳐 나가더라도 진짜 공부는 되지 않는다. 이러니 저러니 분별을 일으켜 스스로를 망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문(雲門)은 이렇게 말했다.

“남의 말이나 우려먹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선문답을 들고 다니며 아무리 짖어대도 소용이 없다.”

동산(洞山)은 이렇게 말했다.

외우고 따지고 멋대로 해석하여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서쪽으로 간다면서 동쪽으로 뒷걸음질하는 것과 같다.

이 많은 말들을 사족으로 굳이 붙이는 것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의 지나친 확대 해석과 부질없는 사견들에 함께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서이다.

따로 전하는 임종기가 없어 싣지 못한다.

120세까지 살았으니 그 사연 또한 남못지 않을 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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