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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3>-깨달음의 길

꿈에서 깨어나라-소설가 이재운

 

덕산에게 있어서 용아의 말장난은 조금도 용서될 일이 아니었다.

용아의 허물은 의미없는 상징을 남발한데서 나온 것이다. 선문답이 자칫 언어의 유희에 빠지기 쉽다는 것은 그 난해한 상징성에 있다. 그래서 선문답은 선지식하고만 해야 어둡고 밝은 곳을 제대로 비춰낼 수 있는 것이다. 도반들끼리 장난삼아 해보는 것이 경우에 따라 커다란 장애가 되는 수가 있다.

임제하고도 이런 갈등이 있었다.

덕산은 누가 찾아오든 무조건 주장자로 때려주곤 했다. 그것이 아마도 임제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임제는 은근히 덕산을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자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너, 덕산에게 가서 주장자로 한 방 얻어맞은 다음엔 그 주장자를 빼앗아 덕산을 한 방 때려줘라.”

시자는 임제가 시키는 대로 가서 덕산을 때려주고 돌아왔다.

“네가 때리니까 덕산이 뭐라고 하더냐?”

“잠자코 방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전부터 그 사람을 의심했었다.”

이에 대해 암두(岩頭)는 이렇게 말했다.

“덕산 노인은 항상 눈앞의 주장자만 믿고 부처가 와도 때리고 조사가 와도 때렸지만 모두가 비슷할 뿐이었으니 그것을 어쩌랴.”

동선제(東禪齊)도 의견을 말했다.

“임제의 말은 덕산을 인정하는 것인가,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까?”

덕산의 미래를 예언한 선지식들의 말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임종 무렵에 어떤 스님이 덕산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최후 문답이다.

“병을 앓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요?”

“있지.”

“누군데요?”

“아야! 아야!”

덕산은 다시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허공을 젓고 메아리를 쫓아다니는 것은 여러분의 정신만 괴롭힐 뿐이다. 꿈을 깨고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데 무슨 도움이 되랴!”

늘 듣는 말이다. 꿈에서 깨어나라. 그런데 누가 꿈이라는 것을 그다지 쉽게 인식할 수 있을까. 그래서 중생의 바다는 항상 넘치고 파도치고 바람부는 것이다.

말을 마친 덕산은 조용히 열반에 들었다. 향수는 86세, 법랍은 65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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