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5℃
  • 맑음강릉 32.0℃
  • 구름조금서울 29.1℃
  • 맑음대전 28.9℃
  • 맑음대구 29.9℃
  • 맑음울산 28.6℃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8.4℃
  • 맑음고창 27.8℃
  • 구름조금제주 29.4℃
  • 구름조금강화 26.6℃
  • 맑음보은 26.2℃
  • 맑음금산 27.0℃
  • 맑음강진군 27.2℃
  • 맑음경주시 29.2℃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6>-깨달음의 길

생각은 통째로 하지만 말은…소설가 이재운

주역(周易)에서도 음(陰)이든 양(陽)이든 다 없어야 사상(四象) 팔괘(八卦)로 뻗어나가질 않지, 하나라도 잡으면 거기에 곧 상대가 생겨 잡스런 것들이 일어난다고 한다.

보화는 바로 거울의 먼지도 잘 닦아내고 거울에 맺힌 상(像)도 깨버리라고 외치면서 다닌 것이다.

어느 날 그 말을 들은 임제가 보화를 붙들고 물었다.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을 때엔 어떻게 합니까?”

보화는 즉시 답을 했다.

“내일 대비원에서 큰 재가 있다네.”

임제가 명암에 걸리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질문에 아주 상식적인 대답이 나왔다.

보화의 교화 방법은 날로 기이해져서 뭇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보화는 만나는 사람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방울을 한번씩 흔들어보였다.

방울을 귓전에 대고 흔들기도 했고 혹은 그의 등을 문지르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그를 쳐다보는 이가 있으면 당장 쫓아가서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보화는 때가 아니어도 음식이 생기기만 하면 먹어댔는데 한번은 저물게 임제원에 들어가서 생채쌈을 먹는 것을 보고 임제가 말했다.

“푸성귀 먹는 꼴이 꼭 당나귀같구료.”

그 말을 들은 보화가 당나귀 울음소리를 내자 임제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자 보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줌싸개같은 임제는 외눈박이로구나!”

외눈박이는 사물이나 현상의 두 면을 동시에 보지 못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중생은 다 외눈박이다.

어느 날 임제와 함께 승당에 들어갔다. 임제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손가락으로 불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양반이 성인입니까, 아니면 범부입니까?”

“성인이지.”

그러자 임제가 핀잔을 주었다.

“겨우 그렇게 밖에는 말씀을 못하시는군요. 실망스럽습니다.”

보화가 임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울을 흔들어댔다.

“하양의 신부요, 목탑(木塔=절 이름)의 노파선이다. 오줌싸개같은 임제는 외눈박이구나!”

신부는 항상 조심을 하니 성인을 가리킨 것이고 노파는 같은 여자지만 늙으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함부로 행동하니 곧 범부를 가리킨 말이다.

노파선도 후자를 빈정대는 말이다.

임제의 질문에 보화는 왜 성인이라고 대답했을까? 생각은 통째로 하지만 말이란 언제나 부분부터 시작된다.

보화는 임제의 반박을 예상하고 대답했다. 마음이 자유로운 선사들끼리 서로 시험하고 장난해본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