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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7>-깨달음의 길

방울 흔들며 스스로 관 속으로…소설가 이재운

 

당나라 함통 초(서기 874년)에 시장에 가서 장삿꾼들에게 장삼을 구걸했다.

평소 시장 바닥에서 기행을 일삼던 터였기 때문에 가게마다 그가 달라는 대로 내주었다.

그러나 달라고 할 때와는 달리 막상 달라는 것을 주면 아무 것도 받지 않고 방울만 흔들면서 돌아갔다.

그러기를 수도 없이 부지런히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 모양으로 시장을 돌아다니고 거리를 쏘다녔다.

그때 눈치를 챈 임제가 관을 하나 사다 주니 보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임제 녀석이 제법 영리하구나!”

관을 받은 보화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예고했다.

“나는 내일 동문 밖에서 죽을 것이다.”

이튿날 동문 밖에는 구경꾼으로 득실거렸다. 관을 짊어지고 동문까지 나갔던 보화가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은 푸른 새가 오지 않았다. 내일 남문 밖으로 장소를 옮겨 죽을 것이다.”

푸른 새는 다리가 셋인 새로서 저승 사자를 뜻한다. 죽을 때가 안 되었다는 말이다.

이튿날은 구경꾼이 줄어들었으나 그래도 보화는 하루를 더 연기하고 장소도 북문 밖으로 바꿨다.

그러자 사람들은 미치광이에게 속은 것이라며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그제서야 보화는 관을 짊어지고 북문 밖으로 나갔다.

관을 내려놓고 한참동안 방울을 흔들던 그는 관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뚜껑을 덮어버렸다.



선회는 우연한 기회에 대중을 상대로 설법을 했다. 때마침 선객(禪客)인 도오(道吾)가 회중에 끼어앉아 그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도오는 앞서 석두(石頭)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선사다. 도오는 선자(船子) 스님의 부탁으로 역량있는 젊은 스님을 물색하러 다니던 중 이 회중에 이르러 법회에 참석한 것이다.

선회가 설법을 마치자 대뜸 질문이 나왔다.

“어떤 것이 법신(法身)입니까?”

법신은 부처님의 본체, 부처님의 말씀을 가리키는 말이다.

“법신은 형상이 없어.”

“그러면 법안(法眼)은 무엇인가요?”

법안은 일체 진리를 꿰뚫어볼 줄 아는 눈을 말한다.

“법안은 티끌이 없어. 눈앞에 법이 없다함은 눈앞이라는 데에 뜻을 둔 말이지 눈앞의 법에 눈과 귀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야.”

도오가 그 말을 듣고 깔깔 웃었다.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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