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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8>-깨달음의 길

혀를 떠난 경지를 말하라-소설가 이재운

 

그러잖아도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 조마조마하던 선회는 덜컥 의심이 생겨 선객인 도오에게 물었다.

“왜 웃으시오?”

도오는 친절하게 손가락을 쳐들면서 말했다.

“화상은 출중하게 태어났건만 스승이 없군요. 저기 저, 관중의 화정현으로 가서 선자(船子) 화상을 찾아 뵈시오.”

“찾아 뵈면 가르침을 주실까요?”

“그 스님은 위로는 기왓쪽 하나 가리지 않았고 아래로는 송곳 하나 세울 곳이 없습니다.”

선회는 드디어 옷을 갈아입고 훠이훠이 화정으로 달려갔다.

때마침 선자가 뱃전을 두드리면서 강을 건너오던 중에 바쁘게 달려오는 선회를 보고 물었다.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신가요?”

“절이라면 머물지 않음이요, 머문다면 닮지 않습니다.”

“닮지 않았다니, 닮는다는 게 뭔데요?”

“눈앞엔 비슷한 것이 없습니다.”

“어디서 배운 앓음알이신가?”

“귀와 눈이 이르지 않는 곳입니다.”

선자는 삿대를 슬그머니 거두어 들이면서 말했다.

“한마디 말이 만 겁(萬劫)의 쇠말뚝이니라. 천 자 되는 실을 드리우는 것은 깊은 못 속에 뜻이 있기 때문이다.

세 치의 갈쿠리를 떠난 경지를 속히 말해봐라. 속히 말해봐!”

선회가 입을 벌리려는데 선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삿대로 그를 밀어 물속에 빠뜨렸다.

허우적거리던 선회는 그제야 크게 깨달았다.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선자는 당장에 배를 버리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선자는 말 한 마디가 수천만 년을 두고두고 카르마의 쇠말뚝이 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세 치의 갈쿠리란 혀를 말한다.

혀를 떠난 경지를 말하라는 것은 말장난 하지 말고 진실을 토설하라고 재촉한 것이다.

한 마디 말이 만 겁의 쇠말뚝이라는 말에 대한 혜홍(慧洪)의 칼날같은 이견이 있다.

“오늘날 큰 스님들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생각하고 이해하는 행위를 무조건 나무라기만 한다.

그래서 질문을 하자마자 답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틀렸다고 윽박지른다. 무(無)면 끝까지 무고, 유(有)면 끝까지 유일 뿐이다.

다른 의견이라도 내면 미친놈이라면서 역정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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