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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0>

‘내가 소냐, 사람이냐?’- 소설가 이 재 운


열반의 길

 

당나라 중화 원년, 서기 881년 11월 7일에 주사승을 불러서 말했다.

“내가 대중에게 여러 해 동안 불법을 이야기해 주었으니 불법의 깊은 뜻을 제각기 잘 알았을 것이다.

이제 허깨비같은 몸이 때가 다 해서 나는 그만 떠나게 되었다.

그대들은 내가 살아있을 때와 같이 깨달은 바를 잘 보호해라. 세상 사람들과 같이 덩달아 슬퍼하지 마라.”

밤이 깊을 무렵 태연히 입적에 들었다.

향수 77세, 법랍 57세였다.

깨달음의 길

처음에는 탐원(耽源)을 만나서 현묘한 진리의 맛을 보았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위산(?山)의 설법을 듣고자 대중들 틈에 끼어 있었다.

그 날은 특별한 법문이 내려지고 있었다. 위산이 설법을 마치고 나서 대중을 향하여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가 3년 후에는 이 산 아래 단월집에 수고우(水?牛)로 태어날 것이다. 왼쪽 옆구리에는 ‘위산승 아무개’라는 글씨가 박혀 있을 테니 잘봐. 그런데 그것을 누가 보고 위산이라고 하자니 분명 수고우고, 또 수고우라고 하자니 위산임이 분명하단 말이야. 자, 그렇다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단월은 시주를 가리키는 말로 보시를 하는 사람이다.

마치 크레타 섬 사람이 ‘우리 섬 주민은 언제나 거짓말만 한다.’는 우화와 비슷한 난해성을 지니고 있다.

섬 주민이 언제나 거짓말만 한다면 그의 말도 거짓말이 된다.

그의 말이 거짓말이니 크레타 사람들이 언제나 거짓말만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계속 풀어나가면 끊이지 않는 공전을 거듭할 뿐이다.

수고우란 검정 암소를 뜻하는 말로 수는 검은 털빛을 의미한다. 남전이 임종할 때 조주와 나눈 문답에서 나온 말이다.

언뜻 보기엔 앞의 우화와 마찬가지로 일부러 꾸며낸 말장난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선문답이라는 데서 다른 점이 발견된다.

위산승 아무개란 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산 이름인 위산을 자신의 호로 썼던 터였기 때문에 ‘승 아무개’란 말이 덧붙여진 것으로 본다면 위산이 소의 탈을 쓰고 ‘내가 소냐, 아니면 위산이냐?’ 하고 질문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

주의할 것은 ‘내가 소냐, 사람이냐?’는 질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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