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5℃
  • 맑음강릉 32.0℃
  • 구름조금서울 29.1℃
  • 맑음대전 28.9℃
  • 맑음대구 29.9℃
  • 맑음울산 28.6℃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8.4℃
  • 맑음고창 27.8℃
  • 구름조금제주 29.4℃
  • 구름조금강화 26.6℃
  • 맑음보은 26.2℃
  • 맑음금산 27.0℃
  • 맑음강진군 27.2℃
  • 맑음경주시 29.2℃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5>-깨달음의 길

손가락 절단 후 깨우친 동자-소설가 이재운

동자가 펄펄 뛰면서 달아나는데 구지는 동자를 소리쳐 불러 세웠다.

그러더니 척 손가락을 쳐들어보였다.

“손가락이 보이느냐, 내가 보이느냐?”

정신없이 도망치던 동자는 그만 아픔을 잊고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동자는 그제야 손가락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손가락 드는 주인공을 보여주었을 뿐인데 동자는 손가락만 보았던 것이다.

손가락만 보는 사람에게는 수수께끼같은 공안(公案)이 되고 손가락 드는 주인공을 보는 사람에게는 깨달음이 된다.

구지는 아무에게나 손가락을 세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만한 오도의 능력을 갖추고 분위기가 조성된 때에 마치 압축된 실린더에 휘발유를 분사하여 폭발을 일으키는 것처럼 손가락을 쳐들었던 것이다.

그것을 아무 뜻 없이 흉내내는 동자를 발견한 스승은 단순한 노여움이 아닌 동자를 깨우치기 위한 근기의 압축을 위해 무서운 모습으로 호령을 하며 달려와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선가 특유의 차갑고 잔인하게 보이는, 그러나 가장 절실한 자비인 것이다.

구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대중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천룡 화상으로부터 한 손가락의 선법(禪法)을 받고서 여태껏 써먹었는데 아직도 다 쓰지 못했다.”

이 말을 두고도 구구한 해석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 손가락 선법에 대하여 뒷날에 장경(長慶)은 “맛있는 음식도 배부른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 는 말로 촌평을 했고, 현사(玄沙)는 “내가 그 때에 손가락 쳐드는 꼴을 볼 수 있었더라면 당장 구지의 손가락을 꺾어버렸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는데 모두가 문장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뜻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현사의 평에 대한 설명으로 운거석(雲居錫)은 이렇게 말했다.

“현사는 구지의 선법을 수긍하는 것일까, 부정하는 것일까? 수긍한다면 어째서 손가락을 꺾어버린다고 했을까? 부정한다면 구지의 잘못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