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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6>-깨달음의 길

동산 을 찾아간 도응-소설가 이재운

 

스물다섯 살 때 범양의 영수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경론을 익혔다고 한다. 은사는 아마도 소승 계열의 스님이었던지 소승의 경전과 계율을 가르쳤다. 경전을 공부하던 학승 출신 스님들이 선으로 공부법을 바꿀 때 늘 그랬듯이 도응도 한탄을 했다.

“대장부가 어찌 계율에 얽매이겠는가?”

이 말에 오해가 있어서는 안된다. 계율을 소홀히 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대화는 양면을 동시에 생각해주기 바란다.

워낙 옛날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고 등장 인물 또한 천 년 전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대인의 의식과는 다른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또 선(禪)을 위주로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교(敎)를 깎은 표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응이 취미산(翠微山)에서 도를 물은 지 3년이 지날 즈음 운수를 다니는 한 스님에게서 동산(洞山) 선사의 법손을 굉장히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도응은 동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도응이 찾아가자 동산이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도응입니다.”

“시시하게 그따위 대답이나 듣자고 내가 여기 앉아 있는가? 위로 향한 법으로 다시 말해보게.”

“위로 향하는 법이라면 도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호, 그래? 내가 운암(雲岩)에 있을 때에 대답하던 것과 다르지 않구나.”

동산 자신도 스승 운암과 이와 비슷한 대화를 나눈 바 있었다. 무정설법(無情說法) 이야기다. 동산이 무정설법을 묻자 운암이 내 설법도 듣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무정설법이냐고 야단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대화와 진행되는 모양이 비슷했던 것이다.

동산은 그때 즉석에서 깨닫지 못하고 운암이 내려준 화두를 오랫동안 참구한 끝에 나중에야 오도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백 년 뒤에 스승의 소식을 묻는 이가 있으면 뭐라고 말할까요 라는 동산의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만 말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산이 도응을 어떻게 깨우쳐 나가는지 보자.

나중에 도응이 동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그대가 다음 날 주인 노릇을 할 때에 어떤 사람이 와서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주인 노릇이란 스승이 다 죽고 도응이 주지나 방장의 위치가 되어 위로 더 물어볼 데가 없을 때를 가리킨 말이다.

“스님, 도응이 잘못했습니다.”

너무 큰 질문을 고민도 없이 툭 내던지듯 한 게 동산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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