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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7>-깨달음의 길

소설가 이재운

 

언젠가 동산이 도응에게 물었다.

“사대(四大) 화상이 왜국에 태어나서 왕이 되었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지 알고 싶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도응이 대답했다.

“사대 화상이라면 부처로도 태어나지 않으실 분인데 하물며 왜왕이겠습니까?”

동산이 그 말을 듣고 도응을 칭찬했다.

어느 날, 운수 떠났던 도응이 돌아오자 스승 동산이 또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산을 돌고 옵니다.”

유명한 선승들이 호를 지을 때에 머물고 있는 산 이름을 그대로 쓴다는 사실에 유의하기 바란다. 운수를 다녔다면 산도 돌았지만 그 산에 있는 큰 스님들을 두루 친견하고 돌아왔다는 뜻이다.

“어느 산이 살 만하든가?” “살 만하지 않은 산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온 나라 안이 온통 네 녀석에게 점령당했겠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들어갈 길을 얻었구나?”

“길이 없던데요.”

“길이 없으면 어떻게 나를 보러 왔어?”

“길이 있다면 스승과 제자 사이에 간격이 생깁니다.”

동산은 그만 입을 떡 벌렸다.

“이 사람은 나중에 천만 사람이 붙들려 해도 잡지 못하리라.”

어느 날 둘이서 함께 물을 건너다가 스승 동산이 물었다.

“물이 얼마나 깊은가?” “젖지 않습니다.”

“표현이 거친 사람이구나.”

“예? 그럼 스님께서 한번 말씀해보십시오.”

“물이 마르지 않았구나.”

문학적으로도 재미있는 표현이다. 동산이 도응에게 말했다.

“옛날에 남전(南泉)이 미륵하생경을 강의하는 스님에게 ‘미륵이 언제 세상에 오십니까?’ 하고 물었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는데 장차 오시게 됩니다.’ 했지. 이에 남전이 말하기를 ‘미륵은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다.’ 했어.”

이에 도응이 얼른 이야기를 들추면서 물었다.

“하늘에도 미륵이 없고 땅에도 미륵이 없다면 미륵이라는 그 이름은 누가 지었습니까?”

동산이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외마디처럼 말했다.

“도응 화상!”

마침내 동산이 도응을 인가했다.

도응이 장을 담그는데 동산이 물었다.

“무엇을 하는가?” “장을 담급니다.”

“소금을 얼마나 넣는가?” “잘 저어서 넣습니다.”

“어떤 맛이 나는가?” “다 되었습니다.” 동산이 물었다.

“누가 부모를 죽이고 부처의 몸에서 피를 내고 승단(僧團)을 깨뜨렸다면 효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응이 대답했다.

“비로소 효자가 되었겠지요.”

이로부터 동산은 도응을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로 삼았다.

‘미륵’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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