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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8>-열반의 길

깨달음을 방해하는 ‘남’-소설가 이재운

901년, 당나라 천복 원년 12월 28일에 대중을 모아놓고 마지막 방편으로 세상을 벗어나는 일의 시작과 마지막을 자세히 말하였다. 이때의 설법 내용은 기록이 없으나 대체로 다음의 설법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옮겨 적는다. 이것은 평소에 도응이 말하는 일반적인 논리의 특징을 갖춘 그의 설법 기록이다.

“여러분이 말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까닭이 있어야 합니다. 질문을 할 때엔 그 질문이 올바르게 정리된 질문인가 또는 좋은 질문인가 나쁜 질문인가를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벼슬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을 멋대로 따져서는 안됩니다. 결코 남과 비슷하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을 닮음은 여러분이 서로 비슷비슷해짐이니 행여나 비슷하게 배운 것이 너무 많을까 우려해서입니다.

 

팔순 노인이 과거를 보러 가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닙니다. 한 마디가 틀리면 천리 만리가 어긋나서 다시 거두어들이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뼈를 부숴 골수를 끄집어내야 비로소 실마리가 풀리고 그래야 비로소 물건마다 새롭고 일마다 갖추어지니 이 어찌 묘함을 얻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있음을 아는 사람은 끝내 차례를 따르지 않으니 열 번을 말하려다 아홉 번을 쉽니다. 왜 그럴까요?

 

이익이 없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해서 얻어지는 이익과 손해를 재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체득한 사람은 동지 섣달의 부채와 같아서 설사 입가에 거품이 난다 해도 억지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럭저럭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일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이러이러한 사람이라야 하니 이미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면 어찌 이러이러한 일을 근심하겠습니까?

 

부처님 주변의 일을 배운다는 것은 마음을 잘못 쓴 것이니 설사 천 권의 경전과 만 권의 논을 읽고 또 그것을 강의할 때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바윗돌이 고개를 끄덕인다 해도 자기의 일에는 전혀 관계치 않거늘 하물며 그밖의 것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만일 한계가 있는 마음으로 한계가 없는 작용을 일으키면 마치 모난 나무를 둥근 구멍에 맞추는 것과 같이 어긋나고 말 것입니다.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보배가 아니요 방망이 위에서는 용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도응의 설법은 대체로 군중 심리를 가장 경계한 것 같다.

이 세상에 깨달음을 방해하는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남’이라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남이 옷을 입으니까 내가 옷을 입는다. 남이 하는 행동은 곧 나의 규범이 된다. 아무리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도 나는 들어가면 안된다.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면 죽는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나 아닌 남의 입 세 개면 아닌 것도 그렇다고 할 수 있고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 수도 있다.

군중에 이끌려 다니는 것도 결국 ‘내’가 책임질 ‘내’ 업이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숲을 헤쳐나가야 한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스스로 해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철저히 의심하는 것이 선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철저히 의심하는 것이 선의 기본이라는 말도 의심해야 한다. 도응은 최후 설법을 마치고 울적해 하는 대중들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맺은 채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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