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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10>-깨달음의 길

짐승들에게 나를 먹이리라-소설가 이재운

 

청활은 세상과 하직할 때화 되었음을 느끼자 대중과 신도들을 버리고 때를 맞으러 길을 떠났다.

대부분 제자들과 최후 문답을 나누거나 임종 설법을 하는 게 선가의 가풍인데 청활은 달랐다.

오히려 대중과 신도들을 피해 절을 떠났다.

아마도 그가 집단 선 수행 대신에 깊은 산중에서 스승과 도반 셋이서 자연을 벗삼아 깨달음을 닦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자연과 가까웠던 청활은 자신이 떠날 때에 맞춰 떠날 자리로 갔다.

저계의 돌다리를 지나면서 최후의 시, 임종게를 지었다.

사람들아, 길 가기 어렵다 말라

높은 산마루 깊은 골짜기도 지척이더라

저계의 개울물아, 잘 가거라

그대는 바다로, 나는 산으로

청활은 곧바로 귀계라는 곳으로 들어간 뒤 임종의 터를 잡았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는 마음가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 시자에게 유언을 했다.

“내가 죽거든 시체는 숲에다 갖다 버려라. 마지막으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새나 짐승들에게 나를 먹이리라.”

청활은 곧바로 호두산으로 들어가 반석 위에 정좌하고 마지막 선정에 들었다.

시자는 스승의 참선이 끝나기를 기다렸으나 청활의 선정은 깨어날 줄 몰랐다. 깨지 않는 선정에 들었던 것이다.

시자는 청활의 유언대로 그를 반석 위에 그대로 두었다.

때가 되면 까마귀나 독수리가 와서 눈을 파먹고 이마를 찍어댈 것이다.

승냥이도 찾아와 가슴팍을 물어뜯을 것이다.

배고픈 산짐승들이 기쁜 마음으로 손도 물어뜯고 발도 물어뜯을 것이다.

파리나 작은 벌레들이 와서 한바탕 잔치를 벌일 지도 모를 일이다. 남은 뼈다귀는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핥아먹을 것이다.

그것을 청활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처참하지만 짐승이나 벌레의 눈으로 보면 더없이 맛있는 먹이가 될 터이기 때문이었다.

생각 한번 돌리기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

청활은 생각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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