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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14>-깨달음의 길

의미있는 자연의 반복-소설가 이재운

 

십 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용맹 정진하였으나 확철대오를 얻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공부를 지도하고 끈기를 돋궈줄 스승이나 오도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도량을 바꿔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너무 똑같은 수준의 사람들과 매일 같은 의문, 같은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다보면 자극이 부족하고 추진력이 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언어를 도구로 이용할 때에 사람은 단지 언어의 의사 소통 기능만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 언어를 써온 그 민족의 역사와 전통, 사상까지도 전수받게 된다.

따라서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민족은 철학이나 사상이 발달하지 못한 민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부설을 비롯한 세 스님은 좀더 보편적인 상황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자연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계속 반복하여 보여주고 낮밤을 바꿔주는 것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스승이 필요하고 그 스승은 다이나믹하게 살아움직이는 진짜 생명을 가르쳐야만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스승, 아니 좀더 일반적인 상황, 삶이 약동하는 인간의 세상으로 떠나고자 했다.

마침내 그들은 문수보살의 영험이 자주 나타난다는 강원도 오대산으로 가서 기도와 참선 공부를 더욱 더 열심히 하면 대도 견성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리산 수도를 정리했다.

세 도반은 옷가지와 자잘한 살림살이를 챙겨 십 년 도량을 떠나 오대산으로 향하는 구도의 여행길에 올랐다.

그들이 지금의 전라도 김제 지방의 두릉 백련지라는 곳을 지날 때 마침 해가 기울어 숙소를 정하게 되었다.

그 동네에는 구무원이라는 독실한 불교 신자가 살고 있었는데 마침 스님들이 숙소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모셔다가 극진한 대접을 올렸다.

구무원 역시 간절히 도를 구하던 터였으므로 마치 옛 친구라도 만난 듯이 정답게 둘러앉아 법담으로 꽃을 피웠다.

그들은 서로 날이 밝으면 헤어질 것을 대단히 서운하게 여기면서 밤을 맞았다.

이튿날 잠이 깨어 밖을 내다보니 소낙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도저히 떠날 수가 없어 하루를 더 묵으려고 구무원에게 사정을 말하자 오히려 구무원 쪽에서는 부처님께서 맺어주는 좋은 인연이라면서 더욱 정성스럽게 모시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비는 어느새 장맛비로 변해 언제 그칠 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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