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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15>-깨달음의 길

부설을 흠모한 묘화-소설가 이재운

 

구무원은 미안해하는 그들을 극진히 모시며 도화와 법담을 나누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에서도 부설의 법문이 가장 두드러졌다.

그는 인물도 수려할 뿐만 아니라 풍채가 우람하고 변재가 무궁하여 말마다 기운이 넘쳤다.

그의 깊은 지혜가 구무원에겐 천길 만길이나 되는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구무원은 내실에 들어갈 때마다 부인과 딸에게 부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따라서 날이 갈수록 부설에 관한 구무원 일가의 관심은 높아만 갔다.

구무원에게는 무남독녀인 묘화라는 딸이 있었다.

묘화는 부인의 태몽에 연못에 활짝 핀 연꽃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묘화는 때마침 열아홉 살의 묘령으로 미모가 뛰어난 절색일 뿐만 아니라 재덕을 겸비한 아가씨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게다가 마음씨가 곱고 부모에 대한 효성 또한 지극하며 겸손한 덕을 갖추어 어른을 대하고 아랫사람을 대하는 예의가 대단히 발라서 부모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자랐다.

묘화의 나이 열아홉 살이 되자 혼기에 맞춰 시집을 보내려고 애를 썼으나 막상 당사자인 묘화가 모두 거절했다.(묘화는 원래 벙어리였는데 부설 스님이 고쳐주었다는 설도 있다.)

“혼인은 일생을 좌우하는 큰일인데 어떻게 부모님의 뜻에만 맡기고 안일하게 있겠습니까? 저는 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기까지는 이 문제를 덮어두고 싶어요. 그러니 너무들 걱정하지 마셔요.”

구무원과 그의 부인도 묘화의 뜻을 알고 사방에서 들어오는 청혼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물리쳤다.

당시만 해도 여권이 상당히 존중되던 시절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성계가 나타나 정치 이념으로 유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여권이 상당히 존중되던 나라였던 것이다.

동네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고 과연 백련 한 송이가 누구한테 꺾일 것인가 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릴 뿐이었다.

바로 이 때 나타난 것이 부설 일행이었다.

묘화는 부설을 한 번 보고는 남몰래 흠모하는 마음으로 날을 지샜다.

그러나 오직 존경하고 흠모할 뿐 더 이상의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부설의 일행이 장마비로 하루 이틀 더 묵게 되면서부터 묘화의 가슴에 비쳐지는 부설의 영상이 점점 깊어만 갔다.

더구나 구무원도 침이 마르도록 부설을 칭찬했고, 그럴수록 연정은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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