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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18>-깨달음의 길

눈이 떠다니는 부설촌에서 깨달음 - 소설가 이재운

 

부설은 선비들의 병문안을 모두 거절하고 묘화 부인에게는 이제부터는 세간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뒤뜰에 초당을 짓고 그 안에서 거처를 했다. 그리고 사람이 볼 때는 아파 죽을 듯이 하고 사람이 없을 때는 벽을 향해 꼿꼿이 앉아서 좌선을 했다.

그렇게 정진을 한 끝에 마침내 허공이 무너져내리고 대지가 꺼지는 듯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부설이라는 이름도 이때 얻었던 듯하다.

그가 살았던 김제군 성덕면 성덕리 고련마을에는 이상하게도 눈이 내리는 게 아니라 공중을 떠다녀서 마을 이름이 부설촌(浮雪村)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영조, 영희는 오대산의 문수도량을 찾아가 기도를 하는 등 명산 대찰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선지식을 친견했다.

그런 뒤 두 스님은 서라벌로 돌아가는 길에 김제를 지나게 되었다. 꼭 10년만이었다.

영조, 영희가 부설의 집을 찾아가니 대문 앞에서 어린 아이 둘이 놀고 있었다.

“네가 누구냐?”

“저는 부설거사의 아들입니다.”

“저는 딸이에요.”

“너희 아버지는 어디 계시냐?”

“뒤뜰 초당에 계시는데 병이 나서 거동을 못하기 때문에 밤낮 앉아서 지내십니다.”

“아가야, 네가 들어가서 아버지 친구인 영조, 영희라는 두 스님이 왔다고 말 좀 전해라.”

아들 등운이 초당으로 뛰어가서 부설에게 알렸다.

“그렇다면 어서 대청마루를 치우고 돗자리를 깔아라.”

부설은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대청마루로 나갔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반가워했다. 영조, 영희는 그동안의 일을 부설에게 낱낱이 들려주었다.

그러나 부설은 도반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들 등운을 불러 오지병 세 개를 주면서 물을 가득 채워 오라고 했다.

“우리가 10년을 따로 있었는데 막상 말을 하자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 우리 셋이서 누구의 도가 깊고 옅은가, 설고 익었는가를 알아보세.”

부설은 등운이 가져온 오지병을 공중에 달아매고 셋이서 막대기를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병을 깨뜨리되 물은 건드려서는 안되네.”

영조가 먼저 나섰다. 힘껏 오지병을 올려치자 병도 깨지고 물도 쏟아졌다.

다음엔 영희가 오지병을 쳤다. 영조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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