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5℃
  • 맑음강릉 32.0℃
  • 구름조금서울 29.1℃
  • 맑음대전 28.9℃
  • 맑음대구 29.9℃
  • 맑음울산 28.6℃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8.4℃
  • 맑음고창 27.8℃
  • 구름조금제주 29.4℃
  • 구름조금강화 26.6℃
  • 맑음보은 26.2℃
  • 맑음금산 27.0℃
  • 맑음강진군 27.2℃
  • 맑음경주시 29.2℃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20>-열반의 길

용무생사로 임종한 부설 - 소설가 이재운

 

부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어느 새 그의 말은 열반의 향기를 피워내었다.

“나고 죽음을 자유로이 한다는 용무생사의 도리를 내가 말로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한다면 내 말이 거짓이 되네. 내가 직접 실천해 보일 테니 잘들 보게나.”

부설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는 두 도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부좌한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임종’이란 어휘만이 그 장면을 명쾌하게 해석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부설은 세상을 떠나갔다.

기록에 따르면 부설의 결혼이 따로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 것 같다.

묘화라는 부인이 남편의 공부를 극진히 뒷바라지했다는 기록도 없는 걸 보면 부설은 다만 자신의 전생 인연을 풀기 위해 그렇게 머물렀을 뿐이었던 것이다. 영조, 영희 두 스님의 놀라움은 말할 수 없었다.

지리산 수도에서도 보지 못했던 부설의 언어와 행동이었기에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그의 열반상은 수행자가 여난을 만나면 극복하기 힘든 마라에 이끌려 영영 오도의 길에 오르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던 불가의 풍토 위에서 이룩한 놀라운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밀교적인 남녀 상응의 소산이라는 흔적은 조금도 없었다.

묘화 부인과 두 자녀를 둔 부설이었지만 결코 자기 생활을 비관하거나 수행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이 으레 자신의 운명을 환경 탓으로 돌려버리고 자신은 좌절과 절망의 은근한 맛에 젖어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부설은 오히려 어려운 환경을 이용해서 수행을 계속해냈다.

부설의 수행에 앞선 유림과의 교제는 우리나라 선사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대체로 주역의 태극과 64괘의 연기론적 관계, 그리고 도가의 도에 관한 해석 등이 불교의 교리나 선적 체험과의 교접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동양적인 정신적 기류이기 때문이다.

부설도 이와같은 동양사상를 통하여 오도의 길을 비춰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입었을 것이다.

아무튼 오도와 임종을 동시에 표현한 선사로는 고금을 통하여 부설 대사만이 전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주는 의미는 특별한 것이 못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