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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21>-깨달음의 길

부설·묘화 전생인연 풀다 - 소설가 이재운

 

영조, 영희 두 도반은 부설의 육신을 도반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의 모습을 보았다.

세 친구가 찾으려던 선지식이 그들 가운데 있었음을 알아차린 두 도반은 부질없던 구도 행각을 후회할 따름이었다.

도반들은 부설이 남기고 간 육신을 다비한 뒤, 사리를 거두어 지리산 묘적암 앞에 부도를 세웠다.

큰 진리를 체득하고자 그곳을 떠났던 세 도반은 결국 떠난 자리로 되돌아와 머물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사람들은 부설을 거사라 하지 않고 대사라고 불렀다. 물론 진정한 거사였기에 붙여진 칭호였을 것이다.

두 자녀는 그 후 각각 입산하여 부친의 뜻을 기리며 수도를 했고 묘화 부인도 집을 고쳐 부설원사라 하여 스스로 비구니가 되었다고 한다. 적어도 그렇게 하여 부설과 묘화 사이에 어느 전생엔가 맺혔던 인연이 말끔히 풀렸을 것이다.

한편 다른 전설로는 부설 거사 내외는 남매를 두었는데, 부설거사는 변산으로 들어가 부설암을 지어 수도했고, 묘화 부인을 위해 낙조대 중간에 묘적암을 지어 수도하게 하고, 딸에게는 월명암을, 아들 등운에게는 등운암을 지어주고는 각자 수도에 전념하게 했다고 한다.

보조는 전라남도 나주 청원사에서 참선을 하던 중에 육조단경을 보고 크게 감동을 했다. 보조의 눈이 문득 멈춘 곳은 이런 구절이었다.

‘진정한 자아가 생각을 일으키면 비록 삿된 잡념이 깃들더라도 절대로 물들지 않는다. 진정한 자아는 언제나 그대로 있을 뿐이다.’

여기에 능엄경적인 해석을 붙이면 사과 한 개가 눈앞에 있을 때 사과 자체에 대한 의식이 집결되어 본래의 사과에 대응하는 어떤 가상이 성립된다.

그 실상과 가상이 주역의 분괘 원리처럼 인연을 일으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결국 실상의 사과는 진정한 자아 그대로일 뿐 늘지도 줄지도 변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보조의 감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기쁨에 넘쳐 불전을 돌면서 육조단경의 명구를 수없이 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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