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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22>-깨달음의 길

보조 화엄경 진리에 빠지다 - 소설가 이재운

 

이것이 보조의 오도를 촉발시키는 구실을 하여 보조는 정진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때가 고려 명종 12년, 서기 1182년이었다.

청원사에서 나온 보조는 곧 하가산 보문사로 가서 대장경을 열람하였다.

그 가운데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을 발견하여 더듬고 파헤쳐 그윽한 뜻을 찾고 씹고 또 씹어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희미한 부분을 밝혀 또렷하게 했다. 화엄의 오묘한 세계인 진리의 파노라마를 구경한 보조는 더욱 신심을 내어 오도의 길을 더듬었다.

이 일에 대해 보조는 그의 저서 <화엄론절요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처음으로 하가산에 숨어 살면서 항상 ‘마음이 곧 부처’라는 선문의 말에 의심을 두었다.

그리하여 3년 동안 대장경을 열람하던 중에 화엄경 출현품의 ‘티끌 한 개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비유와 그 뒤에 이어지는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 마음에 갖추어져 있지마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구절을 보고 나도 모르게 경전을 머리에 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이통현 장자가 지은 화엄론의 열 가지 믿음 중 첫번째 해석을 읽어 보았다.

‘범부가 열 가지 믿음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범부인 줄로만 믿고 부처인 줄은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지혜의 그림자요, 이 세계도 또한 그렇다. 지혜가 깨끗하면 그림자도 분명하여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섞이는 것이 마치 그물의 경계와 같다.’

그리하여 나는 읽던 논문을 내려놓고 탄식을 하였다.

부처님이 입으로 말씀하신 것은 교(敎)요, 조사님들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 것은 선(禪)이다.

부처님과 조사님의 마음과 입은 반드시 서로 어긋나지 않을 것인데 어찌 그 근원을 캐려하지 않고 저마다 제가 알고 있는 경계에만 안주하여 망녕스레 논쟁만 일삼음으로써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가.

그때부터 나는 더욱 신심을 일으켜 부지런히 수행했다.

나는 말한다. 즉 마음을 닦는 사람은 먼저 조사의 가르침으로써 제 마음을 들여다보되 문자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논문으로써 마음의 본체와 작용이 곧 법계의 성품과 모양임을 분별하면 교와 선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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