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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24>-깨달음의 길

보조 임종, 불일 보조 국사 호 내려 - 소설가 이재운

 

희종 6년인 서기 1210년에 어머니를 천도하는 법연을 베풀고 수십 일 동안 설법하다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서 이렇게 법을 이야기할 날이 오래 남지 않았으니 여러분은 각자 열심히 공부하시오.’ 하고 대중에게 당부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시자를 불러서 날짜를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냐?”

“3월 27일입니다.”

시자의 대답을 들은 보조는 가야할 시간이 온 듯 법복을 입고 양치질을 했다. 육신에 대한 인사를 마친 것이다.

“이 눈은 조사의 눈이 아니요, 코도 조사의 코가 아니요, 이 입도 어머니가 낳아준 입이 아니요, 혀도 어머니가 낳아준 혀가 아니다.”

그리고 북을 쳐서 임종을 널리 알렸다. 산중 스님들로부터 산 아래 신도들까지 모두 모여들었다.

“이제는 나의 명근(命根)을 여러 사람에게 떠맡겨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끌도록 하겠으니 누구나 뼈뿌리가 있는 사람은 나서라.”

최후 문답을 허락하는 것이었다. 보조는 법상에 앉아 발을 뻗고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세히 답변을 하였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보조는 마지막으로 석장을 들어서 두어 번 굴리며 최후의 한 마디를 했다.

“천 가지 만 가지가 다 이 속에 들어있다.”

향수 53세, 법랍 46세였다. 희종이 불일 보조 국사라는 호를 내렸다.

저서로는 <상당록(上堂錄)>, <법어가송(法語歌頌)>, <선각명(禪覺銘> (이상은 실전되었음),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 <수심결(修心訣)>, <원돈성불론(圓頓成佛論)>,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 <진심직설(眞心直設)>,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화엄론절요(華嚴論節要)>, <염불요문(念佛要門)> 등이 있다.

임종기(臨終記)가 따로 있었으나 아깝게도 실전되어 지금은 접할 길이 없다.

조계산 수선사가 진각이 수행한 첫 도량이었다. 진각은 보조의 지도로 선법을 익혔다. 당대의 제일승 보조와 그러한 보조가 조실로 있는 수선사이니 도량으로서는 최상이었다.

진각은 공부를 해가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것은 시간을 철저히 지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진각의 독경소리로 때를 맞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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