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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31>-깨달음의 길

태고 석옥에 태고암가 바쳐 - 소설가 이재운

 

“그 노래를 외워보면 순박하고 중후하며, 그 글귀를 음미해 보면 여유있고 맑으니 참으로 공겁 이전의 소식을 얻은 것으로서 요즘의 아름다운 어구만을 늘어놓는 번잡한 것들에 비할 것이 아니다. 가히 태고라는 이름이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한글대장경의 번역을 빌어 태고암가를 옮겨 본다.

군데군데 나오는 어려운 말이나 선가 숙어는 뒤에 설명을 붙였다.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 / 깊고 세밀하나 막힘이 없네 / 건곤(乾坤)을 모두 가두었으니 앞뒤가 없고 /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물지 않네

붉은 누각에 옥으로 지은 집도 비길 바 아니고 / 소실(少室)의 풍규(風規)를 본받지 않았어도 / 팔만 사천의 법문(法門)을 부수었거니 / 저쪽 구름 밖에서 청산이 절로 푸르네

산 구름은 희고 또 흰데 / 산 속의 샘은 흐르고 또 흐르네 / 흰구름을 누가 볼 줄 아는가 / 개었다 비오고 때로 번개를 치네 / 샘물 소리를 누가 들을 줄 아는가/ 천 구비 만 구비를 쉬지 않고 흐르네

생각도 하기 전에 벌써 그르쳤거니 / 다시 입을 연다면 더욱 어지러우리 / 봄비 가을서리에 몇 해를 지나는가 /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오늘에야 알겠네

맛이 있거나 없거나 음식은 음식 / 누구나 마음대로 먹기에 맡겨 두네 / 운문(雲門)의 호병(糊餠)이고 조주(趙州)의 차(茶)라 해도 / 이 암자의 맛없는 음식만 하랴

본래부터 이러한 옛 가풍을 / 누가 감히 그대와 더불어 기특하다 말할 건가 / 털끝 위의 태고암이지만 / 넓어도 넓지 않고 좁아도 좁지 않네

겹겹이 쌓인 세계들이 그 안에 들어있고 / 뛰어난 기틀의 길이 하늘을 찔렀네 / 삼세(三世)의 부처님도 전혀 모르고 / 역대의 조사들도 뛰쳐나오지 못하네

어리석고 말을 더듬는 주인공은 / 함부로 행동하여 법도가 없네 / 청주(靑州)의 낡은 베옷을 입고 / 나무덩쿨 그늘 속에 절벽을 의지하네

눈 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도 없어 / 아침 저녁 부질없이 푸른 산을 마주하며 / 우뚝 앉아 일 없어 이 노래 부르니 / 서래음(西來音) 그 소리 더욱 분명하리라

온 세상 어느 누가 이 노래에 화답하리? / 영산(靈山)과 소실(少室)은 부질없이 손뼉만 치네 / 누가 태고의 줄 없는 거문고에 / 구멍 없는 피리로 응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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