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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34>-깨달음의 길

태고 석옥과 이별 후 입적 - 소설가 이재운

 

스승이 제자를 보낼 때에는 잘 가라는 말보다는 여행 장구가 확실히 챙겨졌는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석옥은 바로 태고가 지니고 가는 여행 장구를 검열했다.

석옥이 물었다.

“우두(牛頭)가 4조 도신(道信)을 뵙기 전에는 어째서 백조가 꽃을 물고 왔나?”

“부귀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뵈온 뒤에는 어째서 백조가 꽃을 물고 오지 않았는가?”

“청빈한 곳은 자식도 멀리하는 까닭입니다.”

“공겁 전에도 태고(太古)가 있었는가?”

“공(空)도 태고 가운데서 나온 것입니다.”

문답을 마친 석옥은 태고의 여행 장구에 아무런 결함이 없음을 알았다.

“이제는 불법이 동쪽으로 가는구나.”

석옥은 가사를 주어 믿음의 상징을 전해주고 전법게를 내렸다.

가사는 비록 오늘 전하지만 / 불법은 영산 당시부터 /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 이제 너에게 전하는 것이니 / 잘 지켜서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석옥은 주장자를 내주면서 이별을 했다.

“이것은 내가 평생동안 지니고 다니던 것이니 잘 갖고 가라. 길 조심 하라.”

태고는 가사와 주장자를 받아들고 고려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기술된 내용은 전적으로 태고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다. 태고의 구술을 태고의 제자나 후세 사람들이 엮은 것으로 태고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태고는 국사로 추대된 후 산 중에 숨어서 산중자락가(山中自樂歌)를 읊으며 지냈다. 태고의 나이 여든두 살이 되던 해 섣달이 되자 태고는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니 이쯤되면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몸을 깨끗이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고 해야 객관화된 육신을 보는 태고의 경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자들과 신도들을 불러 임종게를 읊으면서 입적하였다.

생명이란 물거품같은 것 / 팔십 평생이 일장춘몽이구나

죽음 길에 이르러 가죽 자루를 놓아버리니 / 둥그런 붉은 해가 서산에 지고 있네.

향수 82세, 법랍 69세였다. 1301년에 태어나 1382년에 인연을 놓았다. 태고는 그가 거처하던 암자의 이름이고 법명은 보허(普虛)였다. 보우(普愚)는 사후에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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