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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0>-깨달음의 길

정심의 가르침을 고대하는 지엄 - 소설가 이재운

 

“이름은?”

“지엄입니다.”

“왜 하필 늙은 나무꾼을 찾아왔는가?”

“도를 배우러 왔습니다. 선지(禪旨)를 가르쳐 주신다면 몇 해라도 정성껏 시봉하며 배우겠습니다.”

“살림이 군색해 남는 방이 없네.”

“제가 만들지요.”

“무얼 먹고?”

“이래봬도 힘은 장사입니다.”

“그럼 함께 나무꾼이 돼보세.”

마침내 정심의 허락을 받아낸 지엄은 우선 초가 한 칸을 엮었다. 풀을 베어다 하늘을 가리고 흙을 물에 개어 벽을 발랐다. 그리고 소나무 가지를 잘라 지게를 맞춰 당장 땔나무를 하기 시작했다.

지엄은 밥값뿐 아니라 스승을 모실 생각으로 쉬지 않고 땔나무를 해서 김천 장에 내다 팔았다.

사는 게 훨씬 좋아졌지만 스승 정심은 지엄에게는 더욱 알뜰히 일만 시켰다. 마치 그것이 정심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것처럼 늘 일만 시킨 것이다. 지엄도 처음에는 스승의 깊은 속을 몰랐기에 그저 황송한 마음으로 날을 보냈다.

지엄이 이따금 도를 물을라치면 정심은 요리조리 발뺌을 했다.

“스님, 도가 뭐래요?”

“오늘은 기운이 다 해서 말할 수가 없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자. 늙으니까 지겟짐 지기도 힘이 부쳐.”

간혹 던진다는 말이 지엄을 웃게 하는 정도였고 지엄을 만족시킬만한 선문답은 일체 나누지 않았다. 다만 “제 공부는 제가 하는 것이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다.”라고만 덧붙일 뿐이었다.

‘아이고 답답해.’

지엄의 생각은 그렇지를 않았다. 지엄이 알고 싶은 것은 조계의 법맥을 이었다는 정심 화상의 비상한 법문이었다. 뭔가 화끈한 감격을 줄 만한 강한 충격을 요구하고 있던 것이다.

지엄은 나름대로 좌선을 열심히 하면서 정심의 가르침만을 고대했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것은 나무하러 가자는 말뿐이었다. 더구나 이따금 들려오는 부인과의 평범한 대화는 지엄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놈의 도는 어떻게 생겼길래 그다지도 소중히 감춰둔단 말인가!”

지엄은 마침내 불만을 품게 되었다. 속았다는 생각도 해보고 정심이 가짜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철저히 증오하였다.

지엄이 물한리에 들어간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정심이 홀로 산에 오른 사이 그는 하산을 결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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