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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1>-깨달음의 길

정심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지엄 - 소설가 이재운

 

빈 바랑을 들쳐메고 산 길을 내려가는 지엄의 가슴은 미어지는 듯했다.

‘내가 저따위 늙은 나무꾼에게 속아 석 달이나 산골짜기에서 썩었다니.’

지엄이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정심이 나뭇짐을 지고 돌아왔다. 지엄의 방을 들여다본 화상은 지엄의 하산을 알아차렸다.

“지엄 스님이 내려갔어요.”

“왜?”

“당신이 밤낮 미루기만 하고 도를 가르쳐 주지 않으니 화가 나서 갔겠지요.”

“내가 안 가르쳐 주었나, 제 놈이 알아듣질 못했지. 자고 나서 인사할 때도 내가 반은 가르쳐줬고 밥상을 갖다줄 때도 내가 반갑게 받았으니 도를 가르쳐준 것이요, 산에 가서도 때에 맞게 이것저것 말했는데 제가 몰랐지 내가 안 가르쳐 주었나?”

그러고는 산아래를 내려다보던 정심은 멀리 씩씩거리며 길을 가고 있는 지엄의 모습을 지켜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지엄을 불렀다.

“지엄아, 지엄아! 나 좀 보고 가라!”

메아리가 우르르 계곡을 울리면서 화가 잔뜩 나 있는 지엄을 흔들었다.

지엄은 무심코 산마루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또 한 번의 메아리가 지엄의 귀를 마구 흔들어댔다.

“도를 달라는데 내가 안주었다고? 여기 있다. 옛다! 도 받아라!”

정심이 무엇을 집어던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산을 뒤흔드는 메아리의 물결 속에서 정심의 몸짓은 지엄의 가슴으로 깊게 박혀들었다. 지엄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심전심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지엄은 다시 정심에게 달려가 인가를 위한 정식 선문답을 마치고 또다시 시봉에 열중하였다. 그렇다고 생활 자체에 변화가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산을 오르내리며 나무 장사만 계속했다. 다만 변화라면 그의 좁은 의식 세계에 갑자기 강한 폭발이 일어난 나머지 속이 너무 허했던지 이따금 허허 하면서 빈웃음을 흘릴 따름이었다.

그러나 지엄의 깨달음은 단순한 교감일 뿐 궁극의 깊은 이치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 서산의 청허당집(淸虛堂集)에 의하면 지엄은 그 후 금강산에 들어가 대혜어록(大慧語錄)을 보다가 ‘개한테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타파하고 또 고봉어록(高峰語錄)을 보다가 ‘양在他方(양은 바람에 날린다는 뜻)’이란 귀절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서산은 지엄의 평소 생활을 적었는데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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