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맑음동두천 27.6℃
  • 맑음강릉 33.1℃
  • 맑음서울 29.6℃
  • 맑음대전 30.1℃
  • 맑음대구 31.5℃
  • 맑음울산 29.9℃
  • 맑음광주 29.4℃
  • 맑음부산 28.9℃
  • 맑음고창 28.8℃
  • 맑음제주 30.0℃
  • 맑음강화 27.0℃
  • 맑음보은 27.1℃
  • 맑음금산 27.8℃
  • 맑음강진군 28.8℃
  • 맑음경주시 30.4℃
  • 맑음거제 28.1℃
기상청 제공

[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2>-열반의 길

지엄 법화경 설법 후 입적 - 소설가 이재운

 

“인사(人事)를 닦지 않았으므로 세상에 아첨하지 않았고 세상에 아첨하지 않았으므로 불법을 세상에 팔지 않았다. 무릇 선학에 참여하는 자들은 오르지도 못할 절벽 앞에서 거만하다고 비방하는 사람이 많았으니 옛 사람이 말하기를 고기가 아니면 어찌 고기를 알아보겠냐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말년에 지리산에 은거하면서 여름이나 겨울을 가리지 않고 누더기 한 벌로 옷을 삼고 음식은 약을 먹듯이 조심스럽게 먹었다. 약이든 음식이든 먹는 것도 먹히는 것도 아닌, 그저 서로 만나 잠시 지나치는 것처럼 억지로 구속하려 하지 않았다. 진리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버린 듯한 보살행이고, 무위의 고고한 실천이었다.

지엄은 어느 날 법화경을 강의하다가 문득 방편품에 이르러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중생이 어리석어 스스로 제게 있는 광명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윤회를 받아왔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것을 불쌍히 여겨 입이 아프시도록 방편으로 말씀하신 것이 바로 법화경 방편품이다. 그러나 모두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정법은 아니다. 정법이란 적멸허확하여 말로써 그 형상을 그릴 수 없는 것이니 이제 너희들이 정말 부처님의 실상을 믿으려면 당장에 자기 마음 속을 들춰내야 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다. 오늘 나도 너희들을 위하여 또하나의 적멸상을 보일 테니 너희들은 절대로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한 마음 속을 더듬어 보아라.”

지엄은 시자를 불러 차를 달여오라 이른 뒤 잠시 문답을 나누다가 시자가 끓여온 차를 마시고 방장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후로 오래도록 아무 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벌써 앉은 채로 입적에 든 뒤였다.

1534년 11월 초하루 아침이었다.

제자로는 서산(西山)의 스승인 숭인(崇仁)을 비롯하여 설은(雪은), 원오(圓悟), 일선(一禪) 등이 있다.

다음은 지엄의 임종에 대한 서산의 감회다.

서산은 지엄의 법손(法孫)즉 불법으로 볼 때의 손자이다.

“아아, 섶의 불은 다함이 없고 의식의 성품은 멈추지 않네. 겁의 바다는 망망하고 묵은 자취는 아득하니 어찌 해와 달로써 기록할 수 있겠는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