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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5>-깨달음의 길

휴정, 임진왜란 극복 앞장서 - 소설가 이재운

 

다음은 널이 애송되는 휴정의 시 중의 하나인 <향로봉> 시다.

나라 만 개의 서울도 개미집인 듯하고 / 일천 호걸은 촛불 위의 하루살이로세 / 휘영청 밝은 달에 / 청허를 베개 삼으니 / 끝없이 불어오는 솔바람도 / 저마다 소리 다르네.

이 시의 ‘나라 만 개의 서울도 개미집인 듯하고’란 귀절 때문에 휴정은 한때 옥에 갇히기도 했었으나 무고임이 밝혀져 풀려난 적이 있었다.

휴정이 선교 판사의 인수를 내놓고 운수 다니던 때에 고향에 들러 옛 집을 찾아갔다.

일찍이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휴정마저 집을 나왔었기 때문에 그때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허물어진 빈 집에서 하룻밤을 지새울 때 동네의 노인들과 아이들이 들여다보았다.

그 가운데 한 노인이 누구냐고 묻기에 운학(雲鶴)이라고 아명을 대자 그 노인은 그를 알아보고 반색하며 눈물지었다. 휴정이 이름대로 구름따라 떠도는 신세가 된 것을 보고 노인이 무상함을 슬퍼했던 것이다.

이 때의 감회를 읊은 시가 <환향>이다.

내 어려서 어버이를 여의고 / 열 살 적에 고향을 떠났네 / 서른다섯에 옛 집 찾아보니 / 그 옛날의 아랫마을 윗마을은 / 쓸어버린 듯 밭이 되고 / 뽕나무와 보리만이 푸르러/ 봄바람에 흔들리네 / 내 이 슬픔 못 이기어 /

낡은 집 벽에다 회포를 적어두고 / 하룻밤 지샌 뒤에 산으로 돌아왔네.

떠난 지 30년 / 고향이라 돌아오니 / 사람은 가고 집은 헐려/ 마을은 폐허가 되었어라 / 푸른 산은 말이 없고 / 봄 하늘은 저무는데 / 귀촉도 한 소리 /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네 / 계집아이들은 들창으로 엿보고 / 백발의 노인이 이름을 묻네 / 젖먹이 적 아호를 대니 / 서로 눈물만 흘리네 / 푸른 하늘은 바다같고 달은 삼경이네.

휴정은 그 후 임진왜란을 맞아 승군을 이끌고 국난을 극복하는데 선봉이 되어 나라를 지켰다.

‘전국의 승려는 일어나라!’는 휴정의 격문 한 장이 팔도에 띄워지자 각처에서 오천 명의 승려가 자원, 총궐기를 했다. 휴정이라는 이름이 이 정도였다.

임진왜란이 수습되어 갈 무렵 휴정은 승군을 제자인 유정에게 맡기고 묘향산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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