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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7>-깨달음의 길

불가에 정평난 소요의 시승(詩僧) - 소설가 이재운

 

태능은 이후 남쪽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선지식들을 찾아 친견했는데, 그런 중에 해인사의 부휴에게 들어가 대장경(大藏經)을 배웠다. 그때는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였는데 명나라 장군 이여송(李如松)은 마침 해인사를 방문하여 소요를 만나보고는 “부휴 스님의 마구간에는 천리마가 많다”고 감탄했다고 전한다.

태능은 그뒤 휴정이 묘향산에서 선풍(禪風)을 크게 진작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그렇게 하여 휴정의 회상에서 3년여 선(禪)을 참구한 끝에 스승의 명에 따라 당(堂)을 열고 법화(法化)를 펴기 시작하는데, 이때 나이 불과 20이었다.

그때 휴정 스님으로부터 시 한 수를 받았다. 말하자면 참구하라고 내려준 공안(公案)이다.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 거품을 다 살라버려라 / 우스워라, 저기 저 소를 탄 사람 /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구나.

인간지사 거품이지만, 그 거품을 없애려면 그림자 없는 나무를 구해다 불을 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자 없는 나무가 없으니 태워야 할 거품도 없다는 것인가. 소요는 이 시를 앞에 놓고 열심히 참구했다.

이 시를 받은 인연에 대해 소요 자신은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스무 살 때 청허당 스님을 시봉하고 있었다. 그 때 스님은 이 시를 내게 써주었다. 나는 이것을 가지고 호남으로 내려와 여러 큰스님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그 뜻을 해석해 주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후 마흔 살이 되어서야 바로 스님께 찾아가 여쭙고 무생(無生)의 깊은 뜻을 알았다.”

소요는 훌륭한 시승(詩僧)으로 불가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는 소요가 구한 깨달음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데 도리어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변명으로서 소요의 시집에 머리말로 적힌 정범조(丁範祖)의 평이 있다.

“그것은 청공(淸空)하고 담백하여 마치 구름이 허공을 지나가고 달이 강물에 인(印)친 것 같으며 뛰어난 시어와 묘한 비유는 색상을 뛰어났으니 깨달음에 가까운 것이다.”

소요의 시 가운데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종문곡’을 적어 그의 마음을 읽어본다.

진흙소가 물 위에서 달빛을 갈고 / 목마(木馬)는 구름 속에서 / 풍광을 끌고 간다 / 위음왕(威音王 : 옛날의 부처님)의 옛 곡조는 / 허공에 흘러 뼈처럼 가라앉는데 / 외로운 학 한 마리 / 울음은 하늘 멀리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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