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구름조금동두천 27.3℃
  • 맑음강릉 32.5℃
  • 구름조금서울 29.2℃
  • 맑음대전 29.1℃
  • 맑음대구 30.5℃
  • 맑음울산 29.2℃
  • 맑음광주 29.2℃
  • 구름조금부산 28.6℃
  • 맑음고창 28.2℃
  • 맑음제주 29.7℃
  • 맑음강화 26.8℃
  • 맑음보은 26.5℃
  • 맑음금산 27.2℃
  • 맑음강진군 27.9℃
  • 맑음경주시 29.7℃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인터뷰] 조구희 서양화가

“그림은 내게 도전이자 평생의 안식처”

 

‘얼핏 민화를 서양화로 번안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도상과 기복적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이를 현재의 자신의 실존적 차원과 연결짓고 있다.’(미술평론가 박영택, ‘조구희-현재에 환생한 민화이미지의 꿈’ 일부)

여기, 마흔하고도 세(三) 해를 더 산 남자가 있다. 그의 마흔은 어떤 느낌일까. 바로 민화를 주제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조구희(43)씨의 이야기다.

마흔살은 어떤 나이일까. 가수 양희은씨는 ‘내 나이 마흔에는’이란 노래를 통해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라고 이야기하며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을 그리워했던가. 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모색해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꿈 갤러리’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조구희씨를 최근 수원 캐슬호텔에서 만났다.

조씨는 “나이 마흔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변화를 주는 시기”라며 “조급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입을 띄었다.

그는 꽃, 나비 등 전통적인 민화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양적인 이미지를 황톳빛 화폭에 유화로 담는 작가이다. 조씨의 작품들은 민화에서 차용하는 이미지들을 단순화시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2년만에 개인전은을 갖는 조씨는 “그동안의 시간은 쉽게 이야기해서 좀 쉬었다”며 “하지만 틈틈이 그림작업을 하면서 작품 속에서 나를 찾아다녔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난 2005년 가진 5번째 전시회에서 황톳빛 화폭에 한줄기 꽃나무를 비롯해 장수하늘소, 나비, 나무, 학 등을 노랑이나 빨강·파랑색 등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선 전보다 원색을 많이 사용했다”며 “꿈을 주제로 기존에 화폭에 담아왔던 것들을 간결하게 그렸다”고 말했다.

6번째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전 전시에서 마주쳤던 그림들보다 유난히 청록, 빨강, 노랑, 보라 등 원색들이 많이 들어가있어 변화된 느낌이 들었다.

작품이 변화된 이유를 조씨에게 슬쩍 물어봤다.

“사는 일이 힘들 때, 그림은 밝게 그린다고해도 관객들은 내 작품의 어둠을 금방 알아차린다. 그림은 내가 힘들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작품에서 원색을 많이 써봤다.”

그에게 힘든 시절이 있었던가. 검붉은 조씨의 얼굴에선 웃음이 적었다.

“서른 넷과 서른 아홉살 무렵, 생에 있어서 힘든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그림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붓을 들 때다. 힘들 때마다 더 그림을 그려왔다.”

2년이란 시간동안 작품에 전념한 듯 보였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들을 본 조씨의 한 측근으로부터 많이 밝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로 저녁부터 밤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오후 7시부터 오전 12시. 세상이 고요해질 무렵이다. 그가 20~30호 한개 작품을 작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7~10일. 한달에 대략 5점 정도를 그린다는 이야기다. 보통의 작가들은 밝은 색부터 작업을 하는데, 조씨는 어두운 색부터 화폭에 담는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대입 면접에서 면접관 교수가 장래희망을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유명화가나 교수가 되는 것보다는 평생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에게 그림은 도전인 것 같다.”

가끔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고향인 충북 음성으로 향한다는 조씨는 “자식들의 공부를 위해 아버지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며 “집을 떠난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던 그는 고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술교사였던 이근신(67)씨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고교 때 미술을 가르쳤던 이근신 선생님을 가장 존경한다. 서울 중앙고 재학 시절, 이 선생님의 작업실을 찾을 때마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셨던 은사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가 끈기를 갖고 작품활동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은사의 모습을 닮고 싶어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씨의 스승인 이근신씨는 지금도 전국 각지의 제자들이 전시회를 열 때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가 격려한다. 그가 은사를 존경하게 되는 대목같기도 하다.

“성남에서 지내다가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얼마전에 수원으로 이사를 왔다”며 “이곳에 온 만큼 지금까지 못했던 그림에 열중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필>
조구희
1964년 충북 음성 생.
1983년 서울 중앙고 졸업.
1991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 졸업.

<전시>
1992년 1회 개인전(청남 미술관)
1994년 2회 개인전(관훈 미술관)
1997년 3회 개인전(인사 갤러리)
2002년 4회 개인전(관훈 미술관)
2005년 5회 개인전(갤러리 꿈)
2007년 6회 개인전(갤러리 꿈)








COVER STORY